박영관목사

건져내심, 오직 은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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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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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동네 야산으로 놀러 갔습니다. 그곳에 작은 저수지가 있어 우리는 신나게 수영을 했습니다. 저수지 가장 깊은 곳은 제 목까지 찼습니다. 우리는 치기 어린 마음에 누가 더 깊은 곳까지 가는지 시합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수지 바닥이 고르지 않아 푹 패인 웅덩이에 발이 빠지고 만 것입니다. 물은 이미 제 키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물을 연거푸 들이켰고, 당황한 나머지 팔다리가 굳어갔습니다. 그 순간 바닥까지 완전히 가라앉은 뒤 발로 힘껏 바닥을 박차고 솟구치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바닥을 찼고, 다행히 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사십 년이 넘은 옛날이야기지만, 오랫동안 저는 저수지에서 살아남은 이유를 ‘나 자신의 기지’에서 찾았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바닥을 차고 올라온 것에 초점을 두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온전한 의미의 구원이 아닙니다. 내가 스스로 살아 나왔다는 인간의 자랑일 뿐입니다.


반면 저의 장모님에게는 전혀 다른 물에 빠진 경험이 있으십니다. 중학생 시절 친구와 한탄강에서 수영하던 중, 허우적거리던 친구를 구하려다 도리어 그 친구에게 붙들려 함께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물을 많이 마셔 의식을 완전히 잃었지만, 다행히 근처로 물놀이 왔던 대학생 청년들이 두 여학생을 물 밖으로 건져 올려 준 덕분에 살아나셨습니다. 그 트라우마로 팔십 평생 다시는 수영을 하지 못하셨지만, 외부의 절대적인 손길로 건짐을 받은 ‘완전한 구원’의 경험만은 분명히 간직하고 계십니다.


우리 영혼의 구원도 이와 같습니다.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자가 스스로를 건져낼 수 없듯,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직 은혜(Sola Gratia)’입니다. 인간의 어떠한 공로나 행위로도 영혼을 죄와 사망에서 건져낼 수 없습니다. 오직 위로부터 임하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만 가능합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 성도들에게 구원의 본질을 이렇게 선포합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 (에베소서 2:8-9)


“나는 평생 예배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만일 그 성실한 출석이 나의 ‘의’가 된다면 그것으로 구원에 이를 수 없습니다. “나는 평생 교회에 헌신하고 봉사했습니다.” 그 봉사가 나의 ‘공로’가 된다면 그 역시 자랑거리에 불과합니다. 선교를 수없이 다녀오고, 교회를 땀 흘려 개척한 자라 할지라도 그것이 하나님 앞에 나의 ‘의’가 되는 순간 하나님의 은혜는 나의 공로에 묻히게 됩니다. 


우리는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를 믿음으로 값없이 구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인간의 의나 행위가 개입할 자리는 단 한 치도 없습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 나와 드리는 예배 역시 ‘내가 무언가를 해 드렸기 때문에’ 성립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자격 없는 우리를 깊은 죄악의 물속에서 조건 없이 건져내신 그 측량할 수 없는 은혜에 감격하여 엎드리는 시간입니다. 오늘 드리는 우리의 예배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은혜 위에 세워져 있음을 깊이 묵상하며, 오직 주님만을 높여 드리는 참된 예배자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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