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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식 이코노미 - C&MA 한인총회 감독 정재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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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 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한복음 14:6)


할렐루야! 주님의 평강을 모든 동역자님들께 전합니다.


오늘(8/15)을 기점으로 지난 한 달을 돌아보니, 집에서 잠을 잔 날이 열흘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달에는 선교지를 다녀왔고, 그 이후에도 출장이 계속되었다. 요즘 나에게 여행은 특별한 일이 아니 라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여행이 잦다 보니 비행기를 타는 횟수도 참 많다. 그런데 그렇게 자주 비행기를 타면서도 내가 구 입하는 좌석은 늘 ‘베이식 이코노미(Basic Economy)’이다. 남들에게 생색을 내기 위해 그러는 것 은 절대 아니다. 단지 정상적인(?) 이코노미 좌석으로 티켓팅을 하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들고, 그 차액이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베이식 이코노미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수하물은 물론이고 기내 반입 가방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좌석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하도 비행기를 많이 타다 보니 마일리지가 꽤 쌓인 고객이 되었다. 그래 서 베이식 이코노미로 여행을 하면서도 수하물 두 개가 무료이고, 기내 반입 가방도 허용된다. 그러 고 보면 베이식 이코노미 가격을 내면서 나름 많은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문제는 좌석이다. 베이식 이코노미는 보통 출발 24시간 전 체크인을 할 때 좌석을 배정받는다. 나 는 절대적으로 복도 쪽 자리를 선호한다. 비행 중 화장실에 적어도 한두 번은 가야 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젊었을 때는 당연히 창가 자리를 좋아했다. 비행기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구름과 창공 은 얼마나 장관이었던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세상 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좋아하는 자리가 달라졌다. 이제는 창밖의 장관보다 화장실을 편하게 다녀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심지어 복도 자리를 얻을 수 없다면그다음으로 선호하는 자리는 창가가 아니라 가운데 자리이다. 어차피 화장실을 가야 한다면 두 사람 을 모두 일으켜 세우는 것보다 한 사람만 일으켜 세우는 편이 마음에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월은 내가 좋아하는 비행기 자리까지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베이식 이코노미 승객인 나에게 체크인할 때 복도 자리가 돌아올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체크인을 하는 순간부터 작 은 게임(?)이 시작된다. 체크인한 후부터 다음 날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까지 수시로 ‘자리 변경 옵 션’을 눌러본다. 혹시 비어 있는 복도 자리가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 고 꾸준히 확인하다 보면 열 번 중 일곱 번 정도는 복도 자리를 얻는다. 어느 순간부터 이 일이 제법 재미있어졌다. 이제는 복도 자리 하나를 찾아내는 일이 나름의 스릴을 주는 새로운 취미(!)가 되어 버렸다.


생각해 보니 세월이 흐르면서 나의 취미도 참 많이 변했다. 일선 목회를 할 때에는 영어로 된 중고 원서를 싸게 구입하는 것이 취미였다. 반드시 그 책들을 모두 읽겠다는 거창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독교와 관련된 좋은 책들을 찾아내어 내 책장에 소장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몇 군데 중고 서적 전문 사이트를 드나들면서 거의 새 책과 같은 원서를 가능한 한 저렴하게 찾아냈다. 정말 좋은 책을 아주 싼 가격에 구입하는 날이면 무슨 대단한 승리라도 쟁취한 것처럼 기뻤던 기억이 난다. 그 러나 일선 목회에서 교단 본부 사역으로 옮긴 후 출장이 부쩍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책을 찾아다니 던 취미도 사라져 갔다.


그 다음에는 항공권이 새로운 관심사가 되었다. 뉴왁과 라구아디아 공항에서 출발하는 여러 항공 사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찾아내는 것이 한동안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똑같은 목적지에 가면서 남들보다 싼 티켓을 찾아내면 중고 원서를 싸게 샀을 때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것도 변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거의 뉴왁 공항만 이용하게 되었고, 뉴왁을 허브로 사 용하는 한 항공사를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 항공사의 마일리지가 쌓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여러 항공사의 가격을 일일이 비교하는 일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또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 바로 ‘베이식 이코노미 게임’이다.


젊었을 때는 창가 자리가 좋았다. 한 때는 중고 원서를 싸게 사는 것이 좋았다. 그 다음에는 가장 싼 항공권을 찾아내는 것이 좋았다. 지금은 베이식 이코노미를 구입해 놓고 복도 자리를 건져내면 기분이 좋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바뀌었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도 바뀌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변한 것은 취미뿐만이 아니다. 내가 살아가는 자리도 변했고, 내가 맡 은 사역도 변했다. 만나는 사람들도 변했고, 생각하는 방식도 변했다. 젊었을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기도 하고, 그때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무척 소중 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변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몇 년이 더 지나면 지금 그렇게 좋아하는 복도 자리보다 또 다른 자리를 선호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재미있어 하는 ‘베이식 이코노미 게임’도 언젠가는 시들해지고 또 다른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 신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모든 것이 변해 가는데, 내 인생에서 과연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 까? 세상은 변한다. 환경도, 사람도, 건강도, 생각도 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도 변한다. 그 러나 그 모든 변화 가운데서도 내 인생에 결코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 바로 그 분이시다!


아니, 어쩌면 더 정확하게 말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변하지 않고 예수님을 붙들어 온 것이 아니라, 수없이 변해 온 나를 예수님께서 변함없이 붙들어 주셨다. 젊었을 때에도 붙들어 주셨다. 목회할 때 에도 붙들어 주셨다. 사역의 자리가 바뀌었을 때에도 붙들어 주셨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붙들고 계신다. 그래서 세월이 흐를수록 주님의 이 말씀이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한복음 14:6)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앞으로도 바뀔 것이다. 나의 취미도 또 바뀔 것이다. 나 자신도 계속 변해갈 것이다. 그러나 내가 걸어갈 길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나의 길이시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도 동역자님들 각 가정과 그리고 사역들 위에 주께서 함께 하시고, 놀라운 역사를 일으 키시기를 다시 한번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아울러 땅 끝에 나가계신 선교사님들,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응원합니다.


글: C&MA 한인총회 감독 정재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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