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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복음뉴스 0 2022.04.09 14:10

김혜영 목사가 만나는 일상 ④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글 : 김혜영 목사 (RN@Jaisohn Medical Center)

 

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몸에서 무언가 막히면 그것은 통증으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막히지 말아야 할 것이 막히면 통증이 일어나듯, 사람과 사람사이에 막힘이 있으면 통증처럼 보이는 여러 현상들이 나타난다. 근본적으로 사람과 하나님 사이가 통(通)하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이 통증처럼 나타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 신학자이며 철학자인 마틴 부버는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라는 말을 남겼고 만남의 질은 ‘에로스’ 즉 사랑의 양 상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가 주장하는 에로스의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사랑하려고 노력해서 이루어지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하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랑을 말한다. 그는 에로스를 ‘독백의 에로스’와 ‘ 대화의 에로스’로 나눈다.

 

독백의 에로스는 내가 ‘너’를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는 사랑의 방식이고, 대화의 에로스는 항상 ’너‘를 ’나‘라는 존재 앞에 현존하는 자로 의식할 뿐 아니라 서로의 인격을 나눔으로써 서로에게 힘과 기쁨이 되는 사랑의 방식이다.

 

인간의 삶은 ‘나’와 ‘너’의 만남의 연속이다. 아기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너’인 엄마를 시작으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너’를 만나게 된다. ‘너’로 인해 행복해 하기도 하지만 그들 때문에 상처받고 가슴 아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너’로 인하여 비로소 ‘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너’가 있어야 ‘나’로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겼을 때 들어온 죄는 가장 먼저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막히게 했다. 죄가 들어온 이후, 사람들은 둘만 모이면 다양한 형태의 갑과 을을 만들어낸다. 각자의 성격과 기질과 역할이 달라서라고 말할 수 있지만, 교회 구성원들 사이에, 부부간에, 가족 안에, 직장과 각종 모임 속에 다양한 모양의 갑과 을의 모습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나름의 사랑을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서로 사랑한다고 하는데 행 복하지가 않다. 갑과 을의 형태를 유지하는 한 우리의 사랑은 ‘독백의 에로스’일 경우가 많다.

 

첫 인간 아담이 눈을 떠 처음 마주한 ‘너’는 바로 창조주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아담과 마주보며 그의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셨다. 하나님과 인간은 서로 마주보며 대화하는 관계였음을 알수 있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인간과 눈높이를 맞추셨다. 에덴동산을 함께 걸으며 대화하며 같은 눈높이로 소통해주셨다. 하와를 처음 만난 아담이 ‘이는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고백한 것 또한 같은 눈높이로 서로를 바라보는 고백이다. ‘대화의 에로스’가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사이에 존재했고 이것이 참 사랑의 모습이다.

 

 

권력, 돈, 명예, 힘, 능력, 지위에 따라 눈높이를 다르게 만드는 갑과 을의 세상에 온전한 ‘갑’ 이 되시는 하나님이 철저하게 ‘을’일 수밖에 없 는 인간들을 위해 완전한 ‘을’의 모습으로 오셨다. 창조하신 원래의 아름다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을 보고 살 수 없는 인간들을 위하여 인간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과의 막힌 것을 통(通)하게 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과 사람과의 막힌 것도 통(通)하게 하실 수 있는 분이시다.

 

세상은 부정과 불공평과 불평등이 존재하는 곳이다. 언제나 갑과 을이 존재한다. 눈높이가 다른 갑과 을은 불통(不通)즉(卽)통(通)을 낳는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것이 옳은 것이 아님을,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성경은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고 한다(요 13:34). 서로 사랑하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돌아보고, 서로 짐을 져주고 서로 긍휼히 여기라고 한다. 모든 관계 속에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 권력, 돈, 명예, 힘, 능력, 지위, 건강은 그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눈높이를 맞출 때 우리는 서로 통(通)할 것이고, ‘대화의 에로스’로 사랑하게 될 것이고, 모든 사람이 우리가 예수 그리스 의 제자임을 알게 될 것이다(요13:35).

 

[편집자 주 : 2021년 9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4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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