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이민자의 이름신앙 체험 - 이민자의 이름
글 : 김용복 목사 (City Fellowship Mission)
1999년 쯤 뉴욕시에서 한국사람 초기 이민자들이 많이 정착하든 퀸즈(구)의 흘러싱이라는 동네에 ‘조선족영어교실’ 을 열었습니다. 그 때도 중국에서 오신 조선족동포들이 미국가면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큰 돈을 브로커에게 빚지고 와서 식당 허드렛일, 네일 가게 일, 건축 막노동, 공장 일들을 했습니다.
가족은 중국에 두고 혼자 와서 불법체류신분이 되어 일해서, 수 년간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번 돈을 송금하고 살았습니다. 영어를 배워 본 적 이 없는 어른들이었습니다. 일할 때 영어로 말해야 할 필요가 많은데, 모르니 힘 들어들 했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가르쳐주어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덜어주려 한 것입니다.
그 분들이 일 끝나고 일 주일에 두번씩 저녁 7시에 무료로 영어를 배웠습니다. 저녁 끼니로 김밥도 드렸습니다. 한 반에 예닐곱 명씩 와서 배웠습니다. 우로 교실의 궁극적 목적은 예수전도에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안하고 김밥 드리고 영어 가르치기를 계속했습니다. 말 안해도 우리가 왜 그러는지 짐작은 하셨습니다. 그 중에는 예수 믿는 사람도 생기고, 후에는 ‘조선족교회’도 생겼습니다.
그 학생 중에 30초반의 자매님이 영어 배우러 몇 주 계속 출석했습니 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었습니다. 그래서 기도해드릴까요? 했더니 좋다고 했습니다. 가족을 물어보니, 네 다섯 살 되는 두 아이가 중국에 있답니다. 그래서 기도해주려고 그 아이들 이름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엄마는 한참을 말을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엄마가 말했습니다.
미국에 혼자 온 지 2년 반이 되었는데, 자기 아이들 이름을 물어 본 사람이 제가 처음이라는 것입니다. 돈 벌 기대가 많이 무너지고, 미국사 람들에게 사람대우를 받지 못하고, 심지어 동족인 한국이민자들에게도 멸시당하고, 아무리 고생해도 참을 수 있는데, 자기 아이들 이름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이 세상에 사는 것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했습니다. 이름이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출애굽기의 하나님은 이스라엘 이민자들의 아버지였기에, 자기 자손들 이름이 기억되지 않는 애굽 세상에 자손들을 더 살게 하는 것이, 정말 가슴 아팠을 것입니다. 그래서 출애굽 시켜 가나안 땅, 그 자손들이 이름 있이 살 땅에 보내신 것입니다.
이름있게 산다는 것은, 유명하게 산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누구인지 나도 알고 세상도 아는 땅에 산다는 말입니다. 내 정체성(identity)으로 사느냐? 세상에서 요구하는 대로 사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출애굽기에 보면,
1장 8절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일어나서 애굽을 다스리더니” 2장 10절 “그 아이가 자라매 - - - 그 이름을 모세라 하여 - - -” 라고
쓰여 있습니다.
요셉 뒤에 모세까지 400 여 년이 이민 온 땅 애굽에서 흘렀습니다. 그 400 여 년 동안이 창세기 마지막 50장 26절의 요셉이 죽고 출애굽기 2 장 2절 모세가 태어날 때까지 입니다. 그런데 그 400 여 년 동안 성경에 기록된 이름이 하나도 없습니다. 요셉은 그 때의 애굽 왕이 국무총리까지 시킬 정도로 그 이름을 알았습니다. 세계최강대국이었던 애굽이 다 기억하는 이름이었습니다.
400 여 년이 지난 이때에 새 왕은 요셉, 그 이름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 새 왕과 애굽은 그들을 이스라엘 사람들이라고만 불렀습니다. 요셉 인지, 유다인지, 벤자민인지 구별치 않고 이스라엘 사람들이라고 불렀습니다. 한 사람 한사람 이름이 무엇인지는 상관 안했습니다. 그 자손 들 수가 많고 강해지니까, 전쟁이 나면 적과 합하여 애굽과 싸우고 애굽을 떠나 갈 것이라 느꼈습니다. 가버리면 몸 쓰는 힘든 일, 하기 싫은 허드렛일, 돈 아주 쪼끔 버는 일, 이런 노동력이 없어져서 자신들이 자칫 힘들어 질까 봐, 감독을 세워 무거운 짐을 지워 심령이 애굽에 종속되고 자존감을 지키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래도 이스라엘 자손들은 참으며 더욱 번식하고 창성했습니다. (8-14절)
400 여 년 흐를 동안 하나님의 자녀의 이름이 하나도 세상에서 기억 되지도, 성경에 기록되지도 않았습니다. 이것이 애굽에 이민 간 야곱의 자손들의 역사적 사실입니다. 국무총리가 나온 집안인데도, 그러면 자손들도 공부도 잘하고 좋은 직업들도 가졌을 터인데, 400 여 년 이민의 삶이 흐른 동안 세상은, 그 자손들의 이름을 하나도 알고 기억하지 않았고, 성경에 기록되지도 않았습니다
나도 미국에 이민을 왔습니다. 무역을 했고, 언더우드 선교사가 다니던 미국 최초의 신학교인 뉴브런즈윅 신학교를 졸업하고, 미국교단 (R.C.A.) 목사가 되었습니다. 한인이민교회 목회와 미국인교회도 목회 합니다. 큰 아들 부부는 뉴욕주변호사로 한국에서 일합니다. 둘째 아들 부부는 치과의사와 Occupational Therapist 로 일하고 삽니다. 셋째 아들 부부는 같은 미국교단의 목사요, New Jersey 청소년사역기관의 director이며, nurse 입니다. 요셉의 집안과 처음 시작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대가 흘러 가면, 최강대국 미국에서 자손들의 이름이 기억 될지는 모릅니다. 어떤 미국인들은 자기들 삶의 자리를 빼앗긴다고, 이 민자들을 억죄고 있습니다. 이름없이 생존하는 정도로 억누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희망을 버리지도, 포기하지도 않았지만, 마음은 힘 들고 무거운 것이 이민자의 삶입니다.
그래서 이 이민의 땅에서 생존과 번영을 위해, 우리의 본래의 형상의 이름이 잊혀지며, 세상의 이름으로 동화돼 가면, 아버지이신 하나님은 그 자식들이 너무 가슴 아플 것입니다. 당신이 주신 그 이름의 형상을 잃고, 세상 따라 살게 된다는 절망이기에. 그러면, 우리를 출 미국(Exodus) 시키길 원하실 것입니다.
우리들의 사람과 자녀들의 사람을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느낍니다.
[편집자 주 : 2021년 9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4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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