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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모] 복음 밀수꾼의 우연과 필연

복음뉴스 0 04.15 20:12

 

"조선 땅을 내게 주소서!" - 초기 선교사 편지에 담긴 이야기 (3) - 복음 밀수꾼의 우연과 필연
글 : 조진모 목사 (전 합동신학대학원 역사신학 교수)

 

 

<지금까지의 줄거리> 

 

18849, 북 장로교 최초 선교사였던 의사 알렌(1858-1932)이 조선에 입국하였습니다. 그해 12, 갑신정변에서 칼에 맞아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알렌이 맡아 치료하게 되었습니다.

 

복음 밀수꾼

  

효과적인 선교사역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현지 상황을 충분하게 이해한 뒤 눈높이를 맞추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각 선교지가 지닌 특징과 형편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복음 밀수꾼'이란 말이 있습니다. 밀수는 정부에서 금하는 약품 또는 총기를 몰래 반입하는 잘못된 행위를 가리키지요. 이와 유사하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복음 전파를 금지한다면, 당연히 복음 전달자로서의 자신의 정체를 감추어야 되겠지요. 현재도 공산국 또는 이슬람 국가의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또는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사범 등의 신분으로 비밀스럽게 활동하고 있는 '복음 밀수꾼'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북 장로교 선교본부가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조선 정부가 복음 전파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알렌을 '복음 밀수꾼'으로 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그가 조선을 찾은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죽은 영혼들에게 십자가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알렌의 의술은 이 목적 달성을 위한 매우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지고 환자를 돌보다 보면 하나님께서 복음의 문을 여실 것으로 믿고 이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알렌은 열정적인 일꾼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든 기회가 곧 하나님의 기회라고 확신했습니다. 갑신정변 이후 5일이 지난 1884129일에 그는 선교 본부에 이런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일이 현재 중단되었습니다. 공사관에 소속된 모든 외국인들이 내일 떠납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바로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왔고 이곳의 멋진 사람들을 두고 떠날 수 없습니다."

 

그로부터 2달이 지난 188524, 알렌은 자신이 조선에 남아 사역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지난번에 편지 쓸 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이 큰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여기 외국인들은 이미 도피했거나 도피하려는 상태이고 우리도 그렇게 하도록 재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의 보호를 신뢰하며 남아서 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했던 모든 것을 행하셔서 기적적으로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 '복음 밀수꾼' 알렌은 자신에게 복음을 들고 조선 땅을 향하게 하신 하나님을 신뢰하였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닥치자 더욱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했던 것입니다.

 

우연은 없다

 

만일 알렌이 조선 땅에 없었다면 민영익의 생명은 유지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칼자국이 깊어 동맥을 건드린 결과 과다 출혈로 매우 위독하였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당한 민영익을 살리기 위해 급히 13명의 한의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분명 그들은 정부가 엄선한 명의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의술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고작 상처에 고약을 바르는 것에 불과하였습니다. 연세가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은 검은색 고약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끈적거리는 엿 반죽 같아 지혈용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알렌은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작년에 우리가 겪었던 여러 가지 불편함과 제가 이곳에 온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임이 분명해졌습니다... 또 제가 몇 차례에 걸쳐 수술을 한 것이 이곳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제가 처음 부름 받고 민영익을 치료할 대 그 자리에 있었던 13명의 현지 의료진들이 특히 영향을 받았습니다. 저는 단호하게 상처 안에 그들의 검정 왁스로 채우는 것을 거절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동맥을 묶고 상처를 꿰매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여기 알렌의 편지 내용 중 '현지 의료진들'이란 한의사들이었고, 그가 거부했다는 '검정 왁스'는 고약이었습니다.

 

조선 정부는 알렌이 '복음 밀수꾼' 인지 눈치를 살폈고, 알렌도 이런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반드시 자격을 갖춘 서양 의사로서의 입지를 굳혀야 했습니다. 이런 알렌에게 최상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조선의 대표적 한의사 여러 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자신들은 도저히 불가능한 새로운 치료 방법을 지켜보았습니다. 서양식 의술을 처음 직접 목격하게 된 것이죠.

 

알렌은 그들이 빤히 바라보는 상황 속에서 민영익을 치료했던 것이지요. 모두가 긴장했을 것입니다. 특히 알렌의 입장은 더욱 그리하였을 것입니다. 만일 그를 살려내면 '복음 파수꾼'의 역할이 순조로울 수 있겠지만, 그가 죽으면 당장 조선을 떠나야 했었기 때문입니다. 알렌을 찾아온 위기는 그에게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이런 기막힌 상황을 어찌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복음 파수꾼' 알렌이 직접 고백한 것처럼 오직 하나님의 인도하심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필연적 결과

 

그 날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우리는 조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 자리에 모였던 한의사들이 알렌을 명의로 인정하였습니다. 심지어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높이면서, 그에게 의술을 배우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입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복음의 파수꾼'과 함께 병원을 세우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알렌은 이 사실을 선교본부에 급히 알립니다. "그들은 (13명의 한의사 - 저자 주)은 병원 계획에 관심을 갖고 병원에 수용이 되는 숫자만큼 와서 교육을 받으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민영익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신이 위대한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당신이 미국에서 왔다는 것을 믿지 않으려 하죠. 이번 일을 통해서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 땅을 밟은 지 반년도 못되어 알렌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것은 필연적 결과였습니다. 그는 사명을 받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선교사였습니다. '복음 파수꾼'의 사역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그의 길을 내신 것입니다. 그가 명의로 칭찬을 받고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은 모두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이런 놀라운 방법으로 우리의 삶과 사역을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주의 행하신 기적이 많고 우리를 향하신 주의 생각도 많도소이다. 내가 들어 말하고자 하나 주의 앞에 베풀 수도 없고 그 수를 셀 수도 없나이다(시편 40:5)"   

 

[편집자 주 : 2022년 4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1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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