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김혜영] 내 사랑으로 가능할까?

복음뉴스 0 05.20 08:37

제목 : 내 사랑으로 가능할 까?

글 : 김혜영 목사(RN@Jaisohn Medical Center)


엄마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은 엄마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기도 한다. 나에게 엄마는 무섭고 긴장되는 존재였다. 나의 엄마는 팔방미인이시다. 미모도 좋고 키도 크고 베짱은 왠만한 남자 못지 않으시다. 유머를 아시는 분이시고 언변 또한 뛰어나시며 분위기메이커시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거지가 오면 새 밥을 해서 한상 차려서 먹이고 쌀까지 담아 보내시곤 하셨다. 여호와증인이 전도를 오면 매몰차게 사람들에게 호수로 물을 뿌리기도 하셨다. 장애인동생을 키워 오시며 치료를 위해 아이를 업고 지하철을 탔을 때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에도 당당하신 분이시다. 너무 많은 장점을 가지신 엄마이고 남들에겐 인기 만점이셨지만 딸들에겐 엄격하셨다. 잠이 없으셔서 부지런한 엄마는 잠이 많은 자녀들이 항상 못마땅하셨고 자신의 생각만큼 행동해주지 않는 자녀들에게 핀잔을 주기 일쑤셨다. 엄마와 아빠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으셨다. 법 없이도 사시는 착한 아빠이지만 융통성도 센스도 없으신 덕에 남편으로서의 점수는 항상 낮으셨다. 부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자녀와의 관계도 쉽지 않은 듯하다. 

 

교회일도 열심히시고 믿음도 단단하신 엄마였지만 나는 늘 힘들었다. 대학을 위해 집을 떠났을 때, 결혼을 해 집을 떠날 때 난 자유함과 더불어 행복감을 느꼈다. 그러나 결혼 후에 남편의 잘못으로 일이 생겨도 모든 비난은 내게로 향했고 엄마와 통화를 한 날은 꼭 울었다. 동생들은 엄마에게 엄마는 왜 그리 언니를 괴롭히냐고 까지 했지만 이유는 다 내가 잘못해서라고 하셨다.

 

엄마와의 관계가 힘들어서 그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나는 엄마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내 삶도 아이들의 양육도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 결혼을 하면서 나는 엄마와 같은 엄마가 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래서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훈육할 때보면 난 영락없는 엄마였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그렇게 싫어하는 엄마의 모습이 내 안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느 날, 엄마를 위해, 엄마와의 관계를 위해 제대로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을 가지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내 마음에 엄마에 대한 눌림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날도 평소와 똑같이 엄마와 통화 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까지도 인도해주시길 기도했다. 그 날은 이상하게 아주 편안한 대화가 이어졌다. 엄마와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으려 하는데 내 속에서 단어 하나가 떠오르며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입을 꽉 다물고 무시하려고 했지만 어떤 강력한 힘이 그 말을 쏟아내게 계속 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순간 성령님이 그렇게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맘속으로 순종을 떠오르며 엄마에게 엄마, 사랑해라고 했다. 언제나 무섭기만 한 엄마였기에 한번도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 사랑해라고 말한 뒤 흐르는 눈물은 내 눈물이 아닌듯했다. 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엄마가 우리 딸이 이제 나이가 드나보구나..” 하신다.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그 날 이후, 난 엄마에 대해 자유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엄마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 생겼다. 엄마 또한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엄마의 기질은 변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우리의 관계는 달라졌다.

 

40년이 넘도록 견고했던 벽이 무너진 것이다. 하나님이 하셨다는 것을 나는 안다. 미국으로 오게 된 것엔 여러 이유가 있으나, 엄마로부터의 분리도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간적 분리를 시키신 하나님은 마음의 소원을 주시고 기도하게 하셨다.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이 성령님을 통해 내게 명령하셨고 순종하였을 때, 막힌 담을 헐어버리셨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리스도인이지만 부모 자식간에 깨어지고 부서진 모습으로 살아가는 가정들이 많이 있음을 본다. 예수님을 믿으며 행복해야 하는데 겉으론 괜찮아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가정들이 많다. 하나님은 우리와의 관계속에 함께 하시고, 우리의 관계들에 관심이 많으시다.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는 이유는 하나님께 사랑받기 위함이고 하나님을 사랑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를 채우고도 남는다. 하나님의 사랑이 내 안에 흘러 넘칠 때, 그 때 우리는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우리 안에 막힌 관계들을 회복하시길 기뻐하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에게 여전히 막힌 관계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회복시켜주실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 기도의 응답으로 하나님이 내게 순종을 요구할 때, 기꺼이 순종하기 위해서이다.

 

부모든 자식이든 형제이든 간에 내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내 사랑 자체가 모순덩어리이고 한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이다. 내 사랑이 아니라 내 안에 흘러넘치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할 때만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모두가 행복해진다. 어떻게 해야 내 안에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할 수 있을까? 하나님과 친밀해지고 그를 전심으로 사랑하면 가능하다. 하나님을 사랑하면 할수록 하나님은 나의 모든 관계를 화평케 하실 것이다.

 

* 2022년 5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2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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