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조항석] 가버나움

조항석 목사 0 03.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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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은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의 중심 무대이다. ‘위로의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가버나움에서 예수님은 복음을 전하시고 많은 병자를 고치시며 기적을 베푸셨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가버나움을 저주하셨다. 불로 심판을 받은 소돔이 마지막 심판 날에 가버나움보다 견디기 쉬우리라고 하셨다. 자비와 위로의 마을에서 바리새인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은 율법을 부르짖으며 복음을 거부하고, 가난과 강요된 율법으로 연약한 백성들은 신음했다. 예수님께서는 자비를 잃은 마을 가버나움을 저주하셨다. 


영화 ‘가버나움’은 칸 영화제에서 15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심사위원상을 받은 영화다. 레바논 출신의 여배우이기도 한 나딘 라바키 감독은 제목 가버나움을 저주받은 도시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예수님께 저주받은 도시 가버나움의 이미지를 오늘의 레바논 베이루트에 덧입힌 것이다. 

영화는 자인이라는 소년이 법정에서 자신의 부모를 고소하며 시작한다. 왜 고소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나를 낳았으니까요”라고 대답한다. 열두 살쯤 된다는 자그마한 소년의 당돌한 대답을 따라가며 영화는 법정에 올 때까지 자인의 삶을 자인의 눈높이에서 보여준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아무런 서류도 없고, 생일도, 나이도 모르고, 자기 몸보다 커 보이는 가스통과 식품을 배달하는 일을 하며 변변한 일거리조차 없는 부모를 대신해서 동생들을 챙긴다. 특별히 바로 아래 여동생 사하르를 알뜰히 살피지만, 아이가 생리를 시작하자 부모는 곧 아이를 집주인 아사드에게 팔아버린다. 자인은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다 한 살배기 아기 요나스를 둔 미혼모인 라힐이라는 불법체류자를 만난다. 서류가 없어 난민임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라힐을 만나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아주 잠깐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

요나스를 자인에게 맡기고 일을 나가고, 위조 서류를 만들러 다니던 라힐이 어느날 경찰에 체포되자 자인은 아기 요나스를 품에 안고 베이루트 빈민가를 헤맨다. 부모는 어린 딸을 팔아넘겼지만, 소년 자인은 요나스의 삶을 책임져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시장에서 만난 소녀 메이소운을 통해 스웨덴으로 건너갈 꿈을 꾼 자인은 결국 요나스를 팔고, 서류를 가져오라는 말에 출생증명서를 찾으러 집에 가지만 오랜만에 찾은 집에서 그토록 아끼던 여동생 사하르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듣는다. 어린 자인은 칼을 들고 뛰어가 여동생을 죽음으로 몬 아사드에게 칼을 휘두르고 체포된다.

영화는 줄곧 저주받은 가버나움의 이미지를 그렸지만, 마침내 라힐은 추방되는 공항에서 아기 요나스를 만나고, 소년 자인은 감옥에서 신분증을 만드는 사진을 찍을 때 미소를 지으며 끝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픈 마음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뜰 수 없게 했다. 잔잔한 감동과 슬픔이 뒤엉켜 먹먹한 마음이 오래 갔다.

감독을 제외한 모든 배우가 실제로 영화의 배역과 같은 삶은 사는 거리의 인물들로 채워졌는데 자인(실제 이름도 자인이다)과 라힐(요르다너스)은 칸 영화제 참석 일주일 전에야 서류를 만들고 출국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를 만든 제작팀은 영화에 출연한 난민들과 거리의 아이들을 위해 가버나움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그들의 삶을 지원하고 돕고 있다.

원래 가버나움은 위로의 도시이다. 복음거부와 불순종으로 저주받았지만, 가난, 전쟁, 난민, 학대의 이미지로 덧칠해진 영화 가버나움과 달리 예수님께서 사랑하셨던 도시이다. 영화 내내 가버나움이 아프게 느껴진 것은 우리가 위로의 땅을 잃었다는 생각 때문 일 것이다.

십가가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이다. 이 땅에 십자가를 지기 위해 오신 예수님께서 사랑하셨던 도시 가버나움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세상의 수많은 자인들과 라힐들과 요나스들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위로와 사랑의 땅으로 회복된 가버나움이 온 세상에 세워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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