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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학 이야기(17)

조경현 0 03.20 11:40

상록회 

  
시카고의 날씨는 4월이 되어도 여전히 쌀쌀하다. 또한, 언제 눈과 비가 내릴지 아무도 예측 할 수 없다. 게다가 바람은 얼마나 악명 높은지, 그래서 시카고 사람들은 변덕이 심하다는 말이 회자된다. 이 사실은 안지는 시카고에 도착해서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왜냐하면, 4월까지 눈이 내리고 비가 오는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상록회(Korean-American Seniors Association) 을 알게 된 것은 교회 때문이었다. 다니는 교회가 그 건물 안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상록회는 시카고 지역 시니어들을 위한 모임 공간이다. 듣기로는 시카고에서 의사 활동을 했던 고인이 된 한 어르신이 이 건물을 희사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은 또 다른 시니어들 단체들이 있어서 그 모임의 크기가 축소되었지만, 과거에는 수 백 명의 회원들이 이 공간을 출입했다고 한다. 
  
상록회는 어르신들의 모임 공간으로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종 모임이 있다. 예를 들면, 노래방, 댄스, 영어회화, 친교 프로그램, 여행, 성경 이야기, 그리고 점심에는 식사까지 제공한다. 이 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은 미션사랑방교회의 목사이신 박미섭 목사와 그의 남편이다. 해서 나는 교회를 출석하면서 자연스레 상록회 어르신들을 알게 되었다. 
  
이 모임에는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생각 나는 몇 분이 있는데, 우선 정 어르신이다. 이 어르신은 70세가 조금 넘었지만, 치매가 와서 기억력이 없다. 그래도 집이 남쪽인데, 차 운전하며 다니시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교회에 출석했으나 지금은 상록회만 나오신다고 한다. 
  
그리고 임 어르신이 있다. 이 어르신은 90세 가까이 되셨지만, 아직도 운전을 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돌보는 분이시다. 그 가운데 한 분이 바로 정 어르신이다. 아마도 상록회의 가장 연장자가 아닌가 싶다. 얼마나 부지런하신지 상록회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우신다. 아마 90세는 훨씬 넘게 사실 듯 하다. 그 다음에 또 생각하는 한 사람이 있다. 
  
이 선생이시다. 이 분은 아직 젊으시지만(그래도 60세는 넘음) 젊었을 때 마음의 상처가 있었다. 부인과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지만, 장애인 판정을 받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살고 계시는데, 상록회 노래방 DJ다. 한 번은 나에게 부탁이 있다며 봉투 하나를 내 밀면서 집에 가서 열어 보라고 하였는데, 그 안에 100불을 넣어 유학생인 날 기억하고 있었던 게다. 얼마나 고마운지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이렇게 상록회 안에는 다양한 어르신들이 모여 산다. 이곳에 사는 어르신들은 가는 길이 정해져 있다. 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을 하다가 은퇴를 하면 그때부터 삶의 외로움이 시작된다. 자식들은 부모의 품을 떠나고, 부부가 이혼 하기도 하고, 배우자 가운데 한 사람은 세상을 떠나면 철저히 혼자가 된다. 그래서 가는 곳이 노인 아파트이다. 이곳도 수입 정도에 따라 저렴(약 150불, 한 달)하게 사용할 수도 있고, 비싸기도 하다. 그러나 큰 집에서 혼자 사는 것보단 이런 아파트에서 서로 모여서 사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한인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곳이 바로 무궁화아파트. 내는 이곳에 여러 번 심방을 간 적이 있었다. 
  
상록회는 바로 이런 노인들이 주중에 모여 소일을 하는 곳, 여기서 꼭 필요한 곳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복지 단체가 있는데, 한울이다. 지금은 이 단체가 가장 크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도 많이 받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상록회는 그 규모가 작기 때문에 회원들의 회비나 뜻있는 교회나 지인들의 후원으로 간신히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박 목사님과 그의 남편은 거의 자원 봉사로 섬기고 있어 안타깝다. 
  
나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있는 대로 가서 자원봉사를 한다. 예를 들면, 주방 일을 돕거나, 특별행사에는 사회도 보고, 노력 봉사도 하곤 한다. 어르신들이 내가 가면 반갑게 맞아 주고, 자주 오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내 하는 공부가 있어 맘만 있을 뿐, 자주 가진 못한다. 다만 주일 예배 드리는 날은 모임이 이 건물 안에서 모이기 때문에 빠짐 없이 가곤 한다. 
  
한국이든 시카고이든 노인들은 자꾸 늘어만 간다. 이곳에서도 80세를 훌쩍 넘기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미국의 노인 복지를 다 알 수 없지만, 정부에선 교통비나 생활비, 주택비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노인들이 생활 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본인만 절약하면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이들의 문제는 고향을 그리워 하는 것이다. 그들이 만나 모이면 꼭 고향 이야기를 한다. 늙으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여기에 상록회의 역할이 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신 분들은 다니시기에 어려움이 어렵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고, 특히 정신적 치매나 뇌 질환에 걸리면, 그나마 다니시는 것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병원을 거쳐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입소해야 한다. 그곳에 드가면 한국처럼 더 이상 세상으로 나올 수 없기에 이곳 어르신들이 모두 두려워 하는 곳이다. 그러고 보면, 노인이 된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분들도 있으니 우리 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이시다. 

 

 

사진(데이콘, 오하이오의 미공군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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