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학 이야기

 

나의 유학 이야기(37)

조경현 0 2019.09.23 02:33

사진(루터란 교회 슐츠 목사님 가정에서 추수감사절 점심 식사)

 

Thanksgiving day 추억 

미국에 오면 thanksgiving day를 체험하고 싶었다. 이 절기는 기독교의 절기로서 미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그 기원은 성경에 두고 있지만, 유럽에서 미 신대륙으로 이주(1620년대)해 온 이들이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첫 수확을 거둔 후에 그 해 가을 하나님께 감사했던 것을 미국 16대 링컨 대통령에 의해 미국 절기로 정해진 것이다. 

한국에도 추수감사절이 있지만, 실은 미국의 절기를 그대로 지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에 대한 역사에 대해선 별도로 알아야 할 게다. 여기선 단지 내가 미국에서 경험한 땡스기빙 데이에 대해서 나누고자 한다. 

미국 시카고의 여름은 그리 길지 않다. 6월부터 여름이 시작된다 보면 맞을 것이다. 그리고 9월이 되면서 서서히 가을 분위기가 난다. 시카고의 가을은 참 아름답다(나 혼자 즐기기엔 너무 아깝다). 공부하기에도 딱 좋은 계절이지만, 여행이 유혹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 싱싱한 초록의 향기가 유혹하며, 손짓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가까운 공원이나 주변의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나 역시 지난 가을에는 일리노이 주변 여러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예를 들면, 각종 과일 픽킹, 역사적인 곳, 농장 등. 이곳에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유학생으로서 학업하는 입장 임으로 절제해야 한다. 게다가 재정적인 부담도 고려치 않을 수 없다. 

10월이 되면 가을은 무르익는다. 그리고 11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기 시작하지만, 이곳에서는 먼저 국가 절기인 탱스기빙 데이가 서서히 준비된다. 이때는 국가적으로 일정한 기간 휴가를 갖는다. 그리고 각 주(state)에서는 나름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이곳 시카고 다운타운에선 타 도시에서 처럼 이 절기 기념 축제가 열린다. 

11월이 되면 가을 학기도 마무리되고, 가을이 부르는 소리에 홀로 와 있는 유학생들은 외롭기도 하고 따분 하기도 하다. 그러한 때에 누군가 초청해 주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마침 나의 룸메이트인 제이슨(Jason)이 자기 집에 나와 카나다에서 온 올(Al)을 초대해 주었다. 나는 그 날을 기다리며 설레었다. 드디어 그 날. 

우리는 제이슨의 차로 시카고 다운타운 서쪽에 있는 그의 집으로 갔다. 그의 집은 아담한 사이즈의 평범한 미국인의 가정. 그 집에는 할머니와 그의 부모님이 살고 계셨다. 점심 식탁이 준비되는 동안 우리는 거실에서 TV을 보며 땡스기빙 데이 축제를 즐기며 담소를 나눴다. 드디어 점심 식사 시간. 식탁에는 터키를 비롯한 다양한 땡스기빙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다. 정말 즐겁게 식사를 한 후, 제이슨의 엄마는 우리에게 음식을 싸 주면서 헤어짐의 인사를 하였다. 

이 초청은 내가 미국인의 집에 처음으로 가서 경험한 흥미로운 일 가운데 하나이다. 아마도 이 경험은 오래도록 내 머리 속에 기억될 것이다. 여행은 경험이다. 경험만큼 기억에 남는다고 했는가. 그래서 나는 기회만 있으면 경험을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번에 위스칸신 가까운 곳 농장으로 체험을 간다. 사실 지난 번,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교회 행사이기에 또 간다. 실은 흥미가 없지만 내가 맡은 일이 있어 아니 갈 수도 없다. 가능하면 빠지려고 했지만,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이런 경험도 여기를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예전 같으면 이런 기회를 찾았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는다. 그만큼 이곳에 익숙해졌고, 흥미도 잃어버린 듯해서 아쉽다. 1년 여 전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물 설었다. 그래서 뭐든지 흥미롭고 신기했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의 만남에서도, 비슷하다. 그러므로 초심을 가지고 끝까지 그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 6월 이런 경험이 있었다. 시카고의 여름은 에어컨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 그리고 그 당시 며칠 동안 무더워 잠을 설친 적이 있었다. 해서 나는 중고 에어컨을 장만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아 새것(new one)을 사려고 마트를 헤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어떤 유학생 동료가 날 도와 주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그런데 지금은 그 고마움을 잊고 살고 있다. 인간이란 이렇게 간사 하다니까. 

이제 6월이 다가오고 있다. 이곳에서의 6월이 마지막일 듯 싶다. 나의 인생에 돌아올 수 없는 시카고의 여름.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멋진 경험을 했으면 하는데, 내 속에서는 그런 것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인생은 초행길이다. 또 어떤 멋진 경험이 내 인생에 오게 될지는 모른다. 난 그저 하루 하루 내게 주어진 날들을 멋지게 만들어 갈 책임과 기대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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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년도 땡스기빙데이의 추억을 6월을 앞두고 기록하였음. 

# Thanksgiving day, 시카고 6월, 여름, 과일픽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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