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

결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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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건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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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은 된장이나 간장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오래 담가둔 포도주?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야 맛이 난다는 점에서 그렇다. 개성이 동과 서 처럼 다른 두 사람이 사느라고 참 힘들었다. 미국 와서도 위기를 겪기도 했다. 나는 목회와 신학 교육에 정신을 쏟고 사니, 옆에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마음쓰지 못했다. 그러나 서로 얘기를 하다 보면 또 동서로 갈라지는 일이 많아 나는 대부분 침묵으로 살아왔고, 다른 편에서는 그것이 불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또 집 사람이 심장 수술을 한 후, 항상 건강 문제로 조마 조마 살면서 본인의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가장 반가운 것은 기대를 줄이며 사는 것이다. 삶에 대한 기대, 남편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본인이 더 자유스러워진 것 같다. 나는 내가 아파도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문제를 스스로 풀면서 살아온 탓이라 생각된다.
나는 사람들에 대해 별로 기대하는 바가 없어 혼자 가만히 두어도 그대로 살아간다. 그러나 옆에서는 상대적으로 기대가 많은 것 같다. 그 기대가 본인에게 실망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변함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둘이 은퇴를 하고 나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말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말을 하지 않고 산다. 책상 앞에서, 또는 음악을 들으며, 또는 뉴스나, 한국의 음악 프로그램을 같이 보면서 지내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진 것은 옆에서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것 같다. 그런 삶이 나에게도 자유로 다가온다. 부부 생활이란 일생 친구로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옆에 있어서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종종 정신이 깜박하는 일이나, 소화가 되지 않는 몸으로 살아가는 것을 옆에서 볼 때 불쌍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를 챙겨 주느라고 마음 쓰는 것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노년이 되어 사는 일에 무엇 보다도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자족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평안을 전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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