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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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년을 수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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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건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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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 삼촌 라반의 집에 얹혀 살던 야곱에게 라헬은 삶의 동력과 목적이 되었던 것 같다. 그녀를 아내로 얻기 위해 봉사해야 했던 칠년을 수일같이 여겼다고 한다. 젊은 청년에게 마음에 꼭 드는 여인은 천국과도 같을 것이다. 누군가를 마음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것과 동격이다.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을 채워주는 행복과 희열을 의미할 것이다.
떨어져 있을 때면 그녀의 생각으로 가득차고, 그와 함께 있으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된다. 그때 영원이 무엇인지, 홀낏 영원을 맛보는 기분일 것이다. 그 영원에 머무르고 싶은 것이 사랑하는 남녀들의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원에 계속 머무를 수 없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랑의 감정이 한 사람 속에 항상 있지않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인지 40을 넘으면 누구나 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왜 사람은 그 사랑의 감정을 오래 동안 지속할 수 없을까? 까닭은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과 함께 있다 보면,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사람을 홀리게 하는 망상이기 쉽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내 마음, 내 상상 속에 있는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냉혹하게 말하면, 내가 사랑하는 그 대상은 이 세상에 실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 나이들어 함께 사는 것은 친구처럼 의리와 신뢰의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사람이 누군가를 계속 사랑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누구나 늙음과 쇠약의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의 마음 속에 있던 정열과 사랑의 감정도 세월의 흐름 속에, 늙음과 쇠약의 길을 가고, 그 감정이 휘발되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알게 된 사실은, "이 세상도 정욕다 다 지나간다"는 하나님 말씀이다. 얼마나 엄숙한 말씀인가! 때가 되면, 무색의 잿빛 감정으로 사람을 바라 보아야 하는 때가 온다는 것이다. 청년의 감정, 사랑에 대한 열정도 세월 속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다"(잠 31: 30)는 말씀을 피해갈 인생은 없다. 나이들고 쇠약해 지면, 거친 피부와 주름 속에 아름다운 것은 사라지고 만다. 그때 가서 자랑할 것은 무엇인가? 아무리 가리고 꾸며도 나이듦의 흔적을 지울 수 없다. 과거 아름다왔던 여배우들의 노년의 사진을 볼 때, 어떤 감정으로 그 사진을 볼까? 그들은 사람의 눈을 피해 산다고 한다. 나이든 사람이 자기 나이를 모르고 사는 것을 주책 또는 분수 모름이라고 해야 하나?
젊은 날, 칠년을 수일처럼 여겼던 야곱도 사랑했던 라헬의 죽음을 보고 묻어야 했다. 죽음은 모든 애착에서 사람의 관계를 무정하게 끊어 버린다. 그후 추억과 망각 속에 살아야 할뿐이다. 우리 믿는 사람들은 죽음 후, 그 모습을 하늘 나라에서 다시 볼 소망을 갖는다. 그러나 그때는 내 아내, 내 남편이 아니라, 천국의 시민, 형제, 자매의 관계 속에서 보게 될 것이다. 거기서는 남편과 아내의 둘만의 관계는 허락되지 않는다.
이런 인생의 삶의 여정을 생각하면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젊은 날의 정열을 항상 좇아 살 수 없고, 아무리 집착해도 그 관계의 끈은 끊어지기 마련이다. 항상 곱지 않고 아름답지 않다. 거기에 더해 욕심이 더 늘어가는 모습은 사람을 더 추하게 만들뿐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이상(Ideal)은 무엇일까? 한 가지 대안은 저 멀리, 또는 가까이 있는 천국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다.
천국의 소망을 제외하면 산다는 것은 허무할뿐이다. 잠시 지나가는 것에 넋을 잃고 사는 것은 무지하고 어리석다 할 것이다. 영원에 대한 소망과 꿈이 있어 이 지나가는 삶을 살게 된다. 또 우리 신자들에게 소망이 되는 것은 영원하신 하나님이 우리 삶 속에 함께 하신다는 약속이다. 그가 우리와 함께 사시기 때문에, 우리는 외롭지 않은 삶을 살고, 불안한 삶에서 자유하게 된다. 생각할수록 감사하고 감사한 사실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그것이 좋든 싫든 잠시 잠깐 지속되는 관계이다. 멀지 않아 떠나야 할 사람들이다. 그걸 생각하면 안쓰런 생각이 든다. 얼마 후 그를 떠나 보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시간 귀히 여기고 잘 돌보다가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나이 들면서 깨닫는 사실은, 무엇을 집착한다는 것이 정말 허무하고 어리석다는 것이다. 잠시 있는 것을 알고, 불쌍히 여기고, 잘 돌보고, 언젠가 떠나는 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밀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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