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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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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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알라바마에서 목회하는 같은 교단 목사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다른 교단 목사님인데, 같은 동네에서 친구처럼 잘 지내는 어느 목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저를 안다며 연락처를 줘도 되냐고 물어보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 목사님의 이름을 들었을 때 너무나 익숙했지만, 얼굴은 금세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곧 전달된 제 번호로 그 목사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학부 시절 서울의 한 교회에서 중등부 교사를 했을 때, 중학교 2학년이었던 학생이 이제는 목사가 되어 저인 줄 알고 연락을 준 것이었습니다. 중간에서 연결해 준 목사님은 “세상 참 좁네요, 목사님!” 하며 연신 신기하다고 웃으셨지만,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제자’ 목사님과 통화하면서 묻어 두었던 35년 전 기억이 봄날 새순 돋아나듯 새록새록 올라왔습니다. 오랜 시간 입으로 부르지 않았던 이름이 귀를 맴돌았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과 몸에 남아, 어쩌면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 만나지 않았다면 길에서 우연히 봐도 서로 못 알아봤을 시간이었습니다. 통화하는 동안 35년 세월이 종이비행기처럼 날아간 듯, 저는 20대 초반 대학생으로, 그 목사님은 15살 중학생으로 돌아갔습니다.
제자 목사님은 중학교 2학년 여름 수련회 때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던 그 자리에 저도 있었다고 기억해 주었습니다. 중등부 예배 전에 리더 학생들 소그룹 모임을 제가 인도하며 신앙 훈련을 시켰던 일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던 대학 기숙사에 본인과 친구들을 데리고 가주었던 상세한 설명도 덧붙여 주었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서 감사의 메시지도 보내왔습니다.
“목사님, 너무 반가웠습니다. 예수님을 만났던 중학교 2학년 때의 월악교회를 잊지 못합니다. 또한 저희 학년 소그룹을 인도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 모든 과정 덕분에 제가 교회에 정착하고 평생의 믿음의 동역자를 만날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선생님처럼 귀한 분과의 만남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아 뒤를 잘 돌아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돌아보면 아프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 같은 것이죠. 욕심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그런데 제자 목사님과의 이 만남은 저를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렸습니다. 그 목사님의 신앙 여정에서 저의 몫은 아주 작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대학생 교사와 중학생으로 만났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제자는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만났고, 지금은 신실한 목회자가 되어 또 다른 이들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사역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의 사역이 결코 열매 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
아브라함은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만남조차 소중히 여겼기 때문입니다(창 18:1-8). 가수 노사연의 ‘만남’ 가사처럼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만나게 하시고 그 만남을 축복하셔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견인하십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서 일하십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하나님은 만남 가운데 역사하십니다.
우리 성도님들도 세상을 살며 수많은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의미 없는 만남은 없습니다. 그 모든 만남 속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우리의 마음과 시선이 모아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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