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관목사

df44233f6607ac58261e6fee311a6b91_1738781940_2221.jpg
 

생명의 길로 갑시다

작성자 정보

  • 박영관 목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요즘 챗GPT를 비롯한 AI 사용이 부쩍 늘었습니다. 최신 버전인 ChatGPT 5는 이전과 조금 다릅니다. 예전에는 질문창에 글을 올리면 동그라미가 빙글빙글 도는 사이 바로 답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ChatGPT 5에 질문을 하면 가장 먼저 뜨는 단어가 ‘Thinking’입니다. 이리저리 살피고 탐색하는 과정을 보여 준 뒤 답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생각’은 인간, 적어도 살아 있는 존재의 영역이라고 여겨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AI가 ‘생각하는 존재’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데카르트의 명제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도 더 이상 철학하는 인간의 출발점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AI’의 존재감을 확인해 주는 말처럼 들립니다.


     지난주 집 인터넷 회사를 바꿨습니다. 플러싱으로 이사 온 뒤 해마다 오르는 요금을 줄여 보려고 비교적 저렴한 회사로 옮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회사도 슬그머니 가격을 올려 이번에 다시 다른 곳으로 갈아탔습니다. 늘 그렇듯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각종 혜택으로 유혹합니다. 저도 이런 유혹에 약한가 봅니다. 사은품으로 작은 상품이 하나 있다고 해서, 배송이 언제인지 궁금해 회사 홈페이지의 채팅창을 열고 ‘Hi’ 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곧바로 “도움을 드릴 상담사를 연결하겠다”는 안내가 뜨더니 이름을 밝힌 누군가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한참 영어로 문자를 주고받다가 제 짧은 영어 때문에 다시 묻게 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상대가 제게 “당신의 언어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Korean”이라고 답했죠. 한국어 상담 직원으로 연결해 주려나 했는데, 놀랍게도 거의 즉시 한국어 설명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지금까지 사람이 아니라 AI와 대화하고 있었구나.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말투와 뉘앙스만으로는 기계라고 느끼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소통은 말을 매개로 마음과 생각이 오가는 일인데, 이제는 생명이 없는 대상과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시대가 되었음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는 비행기 사고 끝에 무인도에 표류합니다. 인상 깊은 장면은 FedEx 화물 중 하나였던 배구공이 우연히 그의 ‘동반자’가 되는 대목입니다. 배구공 회사 이름 그대로 ‘윌슨’이라 부르며, 그는 고립된 4년을 버팁니다. 불을 처음 지필 때도, 외로운 밤의 말벗도, 절망의 순간 자신을 지켜보는 존재도 윌슨이었습니다. 간신히 섬을 탈출한 뒤 망망대해에서 윌슨을 떠나보내야 하는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에는 그동안의 고마움과 미안함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이렇게 생명 없는 사물에도 생명을 부여하듯 의미를 담아, 척박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신명기 30장에서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가나안 입성을 앞둔 새 세대에게 마지막 당부를 전하십니다. 홍해를 건넌 세대는 지나갔고, 이제 요단을 건너려는 새로운 세대가 서 있습니다. 그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핵심 말씀은 이것입니다. “그는 네 생명이시라”(신 30:20). 생명이 어디에서 오는지 분명히 가르쳐 주십니다. 오직 하나님이 생명이십니다. 가나안 땅은 분명 “여기에 생명이 있다, 저기에 생명이 있다”고 외칠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의 본류는 오직 여호와 하나님 한 분뿐입니다. 산에서 벤 나무와 은금으로 꾸민 우상은 생명이 없기에 결국 사망으로 이끕니다. 우리는 지금도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 사이에 서 있습니다. 마귀의 유혹은 교묘합니다. 생명의 길을 택한 이들에게 “그 길엔 생명이 없다”고 회의감을 심고, 사망의 길에는 “거기에도 생명이 있다”고 속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심으로 우리 앞에 ‘생명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 길은 좁고 험난합니다. 그러나 ‘생명의 길’이기에 반드시 풍성한 열매가 맺힙니다. 그러니 머뭇거리지 맙시다. 주저하지 맙시다. 자, 갑시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길로 함께 걸어갑시다.


ⓒ 복음뉴스(BogEumNews.Com)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3 / 1 페이지
번호
제 목
이름



최신글 모음


새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