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길로 갑시다

     ‘레드불 스탈렌 로스(Red Bull Stalen Ros)’라는 이색 자전거 대회가 있습니다. 매년 네덜란드 헤이그의 운하 위에 설치된 장애물 포함 80m 트랙을, 참가자들이 직접 제작한 2인승 자전거로 건너는 대회입니다. 트랙은 좁고 굴곡이 있으며 간간이 좌우 회전도 필요합니다. 심사 기준은 결승점까지의 기록뿐 아니라 자전거 디자인, 의상, 퍼포먼스 등 창의성까지 포함됩니다. 길이 워낙 좁다 보니 결승선에 도달하는 팀은 드뭅니다. 관중들은 완주보다 우스꽝스럽게 꾸민 자전거가 중간에 물로 떨어지는 장면에 더 큰 환호를 보냅니다. 좁은 길을 가는 일은 어렵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팀 호이트(Team Hoyt)’로 잘 알려진 아버지 딕 호이트(Dick Hoyt)와 아들 릭 호이트(Rick Hoyt)입니다. 두 사람은 1977년부터 40년 동안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릭은 태중의 사고로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고, 의사들은 평생 의사소통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릭의 손끝 감각을 살려 알파벳을 익히게 했고, 대학 연구진의 도움으로 시선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보조기기로 의사소통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1977년, 릭이 말했습니다. “아빠, 제가 달릴 수 있다면 장애가 없는 보통 사람의 기분을 느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아들을 휠체어에 태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팀 호이트’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었고, 이를 기념해 보스턴 마라톤 출발 지점 근처에 두 사람의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돌아보면, 평생 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달리기로 한 아버지의 선택은 ‘좁은 길’이었습니다. 아들도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와 함께 달렸습니다. 본인과 부모가 겪었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은 40년 동안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무려 마라톤 72회, 트라이애슬론 257회에 참가해 완주했습니다. 모든 일을 함께하며 같이 뛰고, 같이 환호했습니다. 이들에게 기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달렸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의미였습니다. “아빠, 제가 달릴 수 있다면…”—평범하지 못했던 그들의 일상은 좁은 길이었습니다. 오히려 함께 40년을 달림으로 더 의미 있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한 장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필리핀의 한 마을에서 버스 한 대가 절벽 아래로 떨어질 뻔했는데, 벼랑 끝에 서 있던 나무 한 그루에 걸려 승객 37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 그 버스를 배경으로 한 노인이 환하게 웃으며 셀카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자칫 큰 인명피해가 날 뻔한 사고 앞에서 셀카를 찍는 노인을 사람들은 비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노인은 35년 전, 바로 그 나무를 심은 사람이었습니다. 작은 묘목이던 나무가 세월이 지나 굵고 튼튼하게 자라 많은 생명을 살렸습니다. 그가 처음 그 나무를 심을 때 “왜 하필 벼랑 끝에 나무를 심느냐” 손가락질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길은 좁은 길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줄 예단하고 그 나무를 심지는 않았을 겁니다. 전혀 몰랐겠죠. 하지만, 그가 벼랑끝에 심은 작은 나무가 35년 뒤 누군가를 살렸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많이가 아니라 ‘한 알’입니다. 그 한 알이 죽지 않으면 열매가 없습니다. 작은 겨자씨 한 알도 심을 때는 보잘것없지만, 자라면 새들이 깃드는 나무가 됩니다. 지금은 작고 좁아 보여도, 생명이 있는 길은 반드시 결실을 맺습니다. 좁은 길을 가는 사람은 비록 불편하고 더디더라도, 그 길에 생명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갑니다. 그 믿음대로 하나님이 정한 때가 이르면 분명히 30배, 60배, 100배의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만일 오늘 선택할 일이 있다면 좁은 길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좁은 길을 걷고, 소망하며 함께 심고, 믿음으로 함께 기다리며 가다보면 반드시 하나님이 주실 열매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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