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관목사

df44233f6607ac58261e6fee311a6b91_1738781940_2221.jpg
 

순서 바꾸면 스텝 꼬입니다

작성자 정보

  • 박영관 목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지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글로벌 감리교회(GMC) 한미연회가 디트로이트에서 열렸습니다. 작년 가을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GMC 총회 이후 개최된 첫번째 연회였습니다. 역사적인 연회에 참석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감리교 전통에서 연회는 행정, 인사, 선교, 영성을 총괄하고 총회 다음으로 큰 모임입니다. 저 역시 연회 소속 목사로서 참석할 책무가 있기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연회에서 제가 주목했던 것은 행정적 부분뿐 아니라, 영성의 회복이었습니다. 아침 경건회와 저녁 집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기도와 말씀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셨습니다. 목사님들과의 소그룹 대화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생생한 증언들을 들을 수 있었고,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 우리 교단에 새로 가입하신 어느 목사님은 "한미연회가 더 은혜롭고 영성이 회복되는 시간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깊이 공감했습니다. 흔히 있는 교단 모임처럼 무미건조하게 회무만 처리하고, 신학교 출신별로 줄 세우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개체 교회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서로 격려하는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이제 시작 단계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덮고 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낙담한 목회자들에게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고, 함께 기도하며 "다음 모임 때는 더 나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기대하며 헤어졌습니다.


     메소디스트 운동(Methodist Movement)은 교단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Movement, 운동이었습니다. 요한 웨슬리와 동료들이 일으킨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성령의 영적 부흥 운동이었고, 이 운동은 개인 성화를 넘어 영국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1744년, 존 웨슬리는 감리교 목회자들을 모아 첫 연회를 열었습니다. 2025년, 우리 역시 연회로 모여 “거룩함으로 일어서기” 위해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주님의 제자 삼는 사명에 최선을 다하고자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풍성히 나누며 성령께서 주시는 생각들을 들었습니다. 주객이 뒤바뀌면 안 됩니다. 메소디스트 운동은 교단을 만들기 위한 모임이 아니었습니다. 말씀을 전하고, 기도하고, 병자를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고, 낙심자를 일으켜 세우다 보니 사람들이 모인 것입니다. 더 기도하고, 더 말씀 나누고, 더 찬양하다 보니 세상의 비뚤어진 부분도 고쳐지고,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 순서를 바꾸면 안 됩니다.


     연회 순서 중에는 ‘은퇴찬하식’이 있었습니다. 나흘간의 연회 일정 마지막 폐회예배 중에 있던 순서였습니다. 40년간 목회하신 이성철 목사님의 노고를 여러 후배 목사님들이 박수로 치하해 드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답사에서 이 목사님은 지난 목회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워커홀릭이라 미친 듯이 일만 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아니었습니다. 내 일이었습니다. 그걸 깨닫는 데 20년이 걸렸습니다. 나는 마음이 급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나보다 밥을 빨리 먹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모든 일에 급했습니다. 교회 일도 그 급한 마음 따라 몰두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정확히 시속 3.5마일로 달리고 계셨습니다. 내 생각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을 따라가야 합니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머리를 쓸어주듯 깨닫는 느낌이 스쳤습니다. "그래, 하나님은 시속 3.5마일로 달리고 계신데, 나는 왜 그리 조급했을까. 하나님보다 앞서 달리는 건 주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대로 뛰는 것이지 않나." 얕은 탄식과 함께, “하나님을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만 했구나” 하는 자책의 소리가 제 안에서 울렸습니다.


     우리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닙니다. 순서를 바꾸면 안 됩니다. 그러면 곤란해집니다. 주님을 따를 때 스텝이 꼬일 수 있습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은혜를 나누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뜨겁게 예배할 뿐입니다. 말씀을 사모하여 성경 속에서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십자가를 들고 주님을 따를 뿐입니다.


ⓒ 복음뉴스(BogEumNews.Com)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 / 1 페이지
번호
제 목
이름



최신글 모음


새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