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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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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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시절에 어머님께 물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왜 형만 더 좋아해?” 며칠을 고심하며 조심스럽게 드린 질문에 어머니의 답은 의외로 빠르고 분명했습니다. “영관아, 여기 열 손가락 다 깨물어 봐라. 안 아픈 손가락 없어. 엄마 뱃속에서 나온 자식들인데 누구를 더 예뻐하는 건 없어.” 어머니는 참 지혜로우셨습니다. 어머니가 떠나신 지 20년이 넘고, 저도 자식을 키워 보니 어머니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어머니는 형을 더 의지하셨고, 형에 대한 기대가 더 컸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하나님 아버지도 그러신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누구를 더 사랑하시거나 편애하시기보다, 지금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이 있는데 그 일에 전심전력하는 사람에게 기대하시는 바가 더 크다 보니 그렇게 비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미연회 개척자 수련회가 있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개척자 수련회였습니다. 올해는 참가자가 더 늘었습니다. 한미연회 내에 개척된 교회가 늘어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희 교회는 개척 3년 차에 들어섰으니, 글로벌 감리교단 한인연회 안에서 조금 앞서 개척된 교회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지켜보는 눈이 많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연회와 몇몇 교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 터라, 그분들의 수고에 부응하는 열매가 더 많이 맺혀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수련회를 통해 저 혼자 지었던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내게 되었습니다. 엇비슷하게 시작한 개척교회 목사님, 사모님들이 모여 지금 서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말 행복한 모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번 모임을 계기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받은 가장 큰 위로와 격려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매사추세츠, 뉴욕, 버지니아, 시카고, 조지아, 텍사스, 라스베가스, 엘에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서로를 위한 기도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전장에 투입된 낙하산부대처럼 각자 작전 지역에 흩어져 각자도생하다가 살아남으면 ‘짜잔!’ 하고 승전보를 울리는 걸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모임을 통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개척이라는 공통의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마디만 해도 서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 하면 ‘어’ 하고 알아들었습니다. 참석하셨던 어느 목사님의 외침처럼, 우리가 교인 적고, 재정 적고, 건물 없을 뿐이지 있을 건 다 있는 것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솔직히 다 갖춰진 교회와 비교해 보면 부럽고 움츠러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한 영혼을 세상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교회라면, 어떤 교회가 부럽겠습니까? 그런 교회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풍성하고, 가장 포근한 교회가 아닐까요?
이번 수련회에 참석하신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박 목사님, 지금 모든 것이 다 부족하고 교회를 개척하며 갖는 막막함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주님께서 우리 어깨를 두드리시며 우리에게 말씀하실 거예요. ‘내 일을 맡아줘서 고맙다.’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목사입니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속에서 뭉클한 무언가가 올라와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능력이 많아서 주님의 양들을 맡기신 게 아닙니다. 힘은 부족하지만 주님의 양들을 맡아 담당하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해서라도 우리를 주목하십니다. 그리고 작고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실 거예요. “고맙다, 영관아. 내 일을 맡아줘서 고마워.” 주님께서 우리 교인들에게도 말씀하실 거예요. “이제 막 시작한 작은 개척교회 섬겨줘서 고맙다.” 우리는 그것 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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