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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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은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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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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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부터 시작된 몸살이 일주일을 잡아먹었습니다. 요즘 감기가 독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듣던 것보다 훨씬 심했습니다. 혹시 독감이나 코로나19가 아닐까 하는 걱정에 급히 어전트 케어(Urgent Care)에 가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만약에 코로나19라면 주일 예배에 영향을 미칠까 봐 검사 결과가 나오는 15분 동안 절박하게 기도했습니다. 다행히도 모든 결과가 음성이 나왔습니다. 근래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어제 토요일 ‘기쁨의 언덕으로’ 묵상 본문은 출애굽기 17장 8-16절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르비딤에서 아말렉과 싸우는 내용입니다. 광야를 지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물과 음식이 부족해질 때마다 모세에게 불평을 쏟아냈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물과 양식을 공급해 주셨지만, 여전히 "애굽에서 종살이할 때보다 먹을 것이 부족하다"며 불평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광야 길을 따라 이동하는 이스라엘 백성은 200만 명이 넘었고, 그들의 행렬은 마른 먼지를 일으키며 이어졌습니다. 이 모습을 본 르비딤 근방의 유목민 아말렉 족속은 불안해졌을 것입니다. "저들이 이 땅에 들어오면 우리의 터전을 모두 빼앗고 말 것이다!"  결국 아말렉이 먼저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400년 넘게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갓 탈출한 상태에서 싸울 여력이 있었겠습니까? 변변한 무기도 없었고, 당연히 군대도 없었습니다. 모세는 급히 여호수아를 사령관으로 세우고 군사를 모집하게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동원한 병력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출애굽 당시 장정이 60만여 명이었으니, 여호수아가 선택한 병력은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명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반면, 아말렉은 오랜 유목 생활을 통해 광야에 익숙한 호전적인 집단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광야는 홈그라운드였고, 익숙한 환경 속에서 싸울 수 있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광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물과 음식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던 상태였습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결과는 뻔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전투의 승패를 모세의 기도에서 찾습니다.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기더니." (출 17:11) 모세가 힘이 빠져 손을 내리자 아말렉이 승기를 잡았습니다. 이때 아론과 훌이 모세의 팔을 붙들어 올렸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살 수 없다!"  절박한 마음이 그들을 움직였습니다. 아말렉에게 몰살당할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은 절박한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는 응답되었습니다.


절박함은 상상을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게 합니다. 아론 랠스턴(Aaron Ralston)은 등산과 자연 속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유타주 블루 존 캐니언으로 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간단한 차림에 배낭 하나만 메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하이킹을 하며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도중에 등산객 크리스티와 메건을 만나 함께 수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혼자 협곡 탐험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협곡을 내려가던 중 바위가 무너지면서 오른팔이 바위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팔이 단단히 낀 채 전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는 바위를 밀어보고, 나이프로 깎아보고, 로프를 이용해 당겨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5일간 바위 틈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가 가진 것은 물 500ml 한 통과 약간의 간식뿐. 언제 구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양으로 버텨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탈수가 시작되고, 배고픔이 심해지면서 체력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게다가 "나는 이곳에서 홀로 죽을 수도 있다"는 고립감과 절망감이 그를 짓눌렀습니다.


그는 가지고 있던 캠코더로 자신의 상황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담았지만, 점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변해갔습니다. "가족과의 관계는 어땠는가?"  "나는 어떤 실수를 했고, 어떤 순간들을 놓쳤는가?" 이 절망 속에서 다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단합니다. 무딘 칼을 꺼내어 자신의 팔을 절단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순간은 신경을 끊는 과정이었습니다. 결국 팔을 완전히 절단한 후, 그는 자유를 얻었습니다. 심한 출혈과 탈수, 극심한 피로 속에서도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를 움직였습니다. 12km를 걸어 나와 구조 요청을 했고, 마침내 살아남았습니다. 아론 랠스턴의 이야기는 훗날 그가 직접 쓴 책으로 출간되었고, ‘127시간(2010)’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아론 랠스턴이 기독교인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바위 틈에 갇혀 있을 때, 분명 하나님께 기도했을 것입니다. 간절하고 절박한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을 찾게 됩니다. 살면서 절박한 순간이 왜 없겠습니까? 물론, 매 순간을 절박한 긴장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찾고 기도하는 순간, 그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은 사순절 두 번째 주일입니다. 십자가를 앞두고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하신 주님을 기억하며, 우리도 이 사순절 기간 동안 하나님의 은혜를 간절히 구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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