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관목사

df44233f6607ac58261e6fee311a6b91_1738781940_2221.jpg
 

베드로는 다 알고 고백했을까?

작성자 정보

  • 박영관 목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일상에서 어떤 일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질 때 흔히 ‘아다리가 맞는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원래 ‘아다리’는 바둑에서 상대 돌을 따내기 직전의 상태(단수)를 뜻하는 일본어 ‘아타리(当たり)’에서 유래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발음하다 보니 ‘아다리’가 되었고, 일상에서는 ‘적중하다’, ‘딱 맞아떨어지다’라는 뜻의 은어로 굳어졌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단수’, ‘딱 맞아떨어짐’, ‘적중’, ‘맞춤’ 등으로 순화해 쓰기를 권하지만, 입에 익은 표현은 하루아침에 고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가을,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 시절에는 집에서 장례를 치렀기에 온 집안이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가족과 친척, 조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많은 음식과 음료가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그중 제 눈에 유리병에 담긴 ‘델몬트 오렌지 주스’가 쏙 들어왔습니다. 당시 제법 귀하고 인기 있던 음료였습니다.


제가 수많은 음료수 중 ‘델몬트’를 단번에 알아본 건 순전히 TV 광고 덕분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초등학교 5학년이면 아직 영어를 잘 읽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빨간 바탕에 흰색 글씨로 쓰인 ‘Del Monte’ 상표는 영어 까막눈이었던 제 눈에도 익숙했습니다. 부엌에 있던 주스 병을 보고 제가 “어, 델몬트다!”라고 외치자, 옆에 있던 큰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습니다. ABC도 모르는 5학년짜리 남동생이 영어를 읽어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실은 글자를 읽은 게 아니었지만, 저는 시치미를 뚝 떼고 큰누나의 칭찬을 즐겼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딱 맞아떨어졌다(아다리가 맞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겉으로는 완벽히 적중했지만, 사실 저는 영어를 읽은 것이 아니라 눈치껏 얼버무리며 아는 체했을 뿐입니다.


성경에서 베드로는 역사에 길이 남을 고백을 남깁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 그런데 베드로가 정말 모든 것을 100% 확신하고 온전히 깨달아서 이 고백을 했을까요? 이어지는 본문을 보면 의문이 남습니다. 예수님께 엄청난 칭찬과 축복을 받은 지 불과 몇 구절 지나지 않아, 베드로는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마 16:23)는 매서운 책망을 받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고백은 모든 것을 완벽히 알기 때문에 터져 나오는 것만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도 베드로의 고백을 두고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고 밝혀주셨습니다. 바로 이 점이 은혜입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직분을 받고 30년, 40년 신앙생활을 했다 해도 내 의(義)나 지식을 자랑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던지신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는 질문 앞에 주눅 들 필요가 없습니다. 비록 내 삶의 성숙도가 고백의 깊이를 온전히 따라가지 못할지라도, 주님은 우리의 연약함과 중심을 너무나 잘 아십니다.


베드로가 깊은 확신으로 고백했든,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은혜로 ‘딱 맞아떨어진’ 고백을 뱉었든, 하나님은 그 고백 자체를 기쁘게 받으셨습니다. 우리의 찬양과 기도, 예배와 헌신 역시 100% 온전해서 드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 고백을 다 따라가지 못해 부끄러울 때가 많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의 서툰 고백을 받으시고 그 고백 위에 은혜로 응답하십니다.


ⓒ 복음뉴스(BogEumNews.Com)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80 / 1 페이지
번호
제 목
이름

ⓒ 복음뉴스(BogEumNews.Com)

최신글 모음


새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