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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길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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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건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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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논산 훈련소에 입소했을 때, 군대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1970년대 중반 한참 군부독재가 유행하던 때 군인의 위세가 대단했다. 늦은 나이에 마음 약한 사람이 그 살벌한 군대 안에 있을 때 과연 내가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종종 들었다. 내 친척 중 한 사람은 군대 갔다가 구타 당해 죽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 컸다.
하루 하루 훈련 연대 입소하기를 기다리던 중, 병영 내에서 사역하시는 민간인 목사 한 분을 알게 되었다. 그분이 바로 정효길 목사님이시다. 나이는 60전후, 전형적인 시골 교회 목사님으로 털털하면서 후덕한 얼굴을 가진 분이었다. 그 목사님과 소통한 후에 목사님은 병영 안에 들어오실 때 품에 꽈백이를 품고 오셨다가 나를 불러 교회 사무실에서 그것을 전해주셨다.
충청도 사투리의 푸근한 인상이 50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그 분은 하나님 나라로 돌아가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만남이 평생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똑똑하고 잘 나가는 목사님들도 만나 보았지만, 내 마음 속에 남는 분은 그런 목사님이시다. 푸근한 인간미가 흘러 나오는 분이시다.
그런 목사님을 만나기 쉽지 않은 때에 요즘 마라톤 클럽에서 만난 어느 목사님이 그런 인상을 주어 내심 반갑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선호하는 목회자는 착한 성품의, 인간미가 살아 있는 목회자다. 내가 만난 이 목사님은 그런 성품을 지니셨다. 후배 목사이면서 마음으로 귀하게 여기게 된다.
내 삶의 여정에서 그런 목회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옛날 서울에서 만난 등대 교회 전영호 목사님도 그런 분이셨다. 이름없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치 들판에 핀 소박하고 아름다운 들꽃을 보는 기분이다. 요즘 목회자들은 너무 똑똑해 지려고 하는 것 같다. 아는 것도 많고, 만나면 가르치려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들어 주는 사람이 아닌가? 조용히 옆에 앉아 있어 주는 것이 많은 말보다 더 귀하게 여겨진다. 성경에는 예수님의 많은 가르침이 기록되어 있지만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계실 때 조용한 침묵으로 함께 하시지 않았을까? 요즘은 말의 홍수, 정보의 홍수, 교육의 홍수, 설교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의 내면은 더 매말라지는 까닭은 어디 있을까?
기독교도 카톨릭 교회의 프로그램처럼, 어디 조용한 수양처를 찾아가 침묵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 내면을 살피고, 자신의 변화를 추구하는 훈련의 장이 필요한 것 같다. 불교에서도 묵언의 수행을 가르친다. 기독교만 말에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예배에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조용한 자연의 침묵, 새들의 지저귐이 더 많은 것을 가르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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