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칠] 시작하면서...조정칠 牧事의 요한복음 이야기 ① 시작 하면서…
글 : 조정칠 목사
성경중에 특별한 성경은 없습니다. 다만 자기에게 은혜를 많이 끼친 책이라면 특별하게 챙길만 합니다.
내가 요한 복음 이야기를 써야 할 빚이 있습니다. 친구들 중에 잊을래야 잊을수 없게 우정을 붙잡는김석준 목사가 그런 친구입니다. 학창 때 어느 날 그 친구가 나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무슨 초대가 아니라 단 둘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집은 누굴 초대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집 안에 보여줄 것이라곤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책상 조차 사과 궤짝을 보자기로 싸서 쓰고 있었습니다. 밖에서 아이들 3남매가 놀고 있었는데 그중의 한 아이는 입양아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남의 자식도 사랑할 수 있어야 자기 사랑이 진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신을 누구에게 이해시키기가 구차하여 나만 자기 집에 데려온 거라고 했습니다. 건강한 체구와 잘 생긴 외모와는 사뭇 다른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성실함과 겸손과 인품에서 풍기는 성자 같은 인상은 남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자기는 요한 복음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 자기와 마음을 터놓고 싶은 친구를 찾다가 학교에서 나를 지목하여 그날 동행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어디서든 마주치면 서로 비밀을 공유한 동지답게 의미 있는 미소로 우정을 나누곤 했습니다. 요한 복음이 너무 좋다는 말 이외 다른 말은 듣지 않아도 넉넉한 감동을 내 가슴에 심어 주었습니다.
그 후 우리는 각기 목회의 길을 가고 있었으나 어디서든 당당하게 자기 길을 가고 있을 줄 믿고 살았습니다. 나는 무의식 중에도 요한 복음에 손이 자주 닿았고 날로 은혜가 더 깊어 가 는 것 같았습니다. 목회 중 내내 쓴 책들 중에도 요한 복음 이야 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가끔 김석준 목사 생각이 날 때면 추억에 잠겨서 그의 행복을 빌곤 했습니다. 우리는 만나지 않아도 우정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삶으로 서로 시간을 아껴 쓰도록 배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국에서 목사들이 모이는 곳에 가게 되었습 니다. 반가운 친구들이 서로 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나는 김석준 목사의 소식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중에 그의 동기 가 내 곁으로 와서 귓속말로 “석준이 얼마 전에 먼저 떠났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건강했던 친구가 너무 일찍 떠난 것이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사인이 과로사였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미어지는 듯이 아팠습니다. 요한 복음을 그토록 좋다 하더니 요한이 있는 곁으로 서둘러 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지금 요한 복음 이야기를 써 보려는 것도 그 친구의 우정에 빚을 갚는 심정입니다. 나 역시 요한 복음으로 얻는 행복 이 엄청납니다.
87세 나이에 66년간 긴 세월 목회를 하던 중 코로나로 중도 하차를 하였습니다. 이런 서글픈 노인네가 요한복음 이야기를 쓴들 썰렁할 것 같습니다만 정신 가다듬고 마음 가난한 자세로 독자의 가슴에 따뜻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나는 목사 중에서도 꼴찌 牧事인지라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정성껏 진실하게 쓰도록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2021년 6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창간호에 실린 글입니다]
ⓒ 복음뉴스(BogEu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