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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갈렙] 가라, 행하라!

복음뉴스 0 2022.04.10 09:14

문갈렙 선교사의 Mission Field 단상(斷想) ⑤  가라, 행하라!

글 : 문갈렙 선교사 (GMP/한국개척선교회 소속)


사고로 몸을 다쳐 현지에서 응급 수술을 받은 후 귀국하여 몇 달간 치료를 받고 다시 사역지로 복귀하여 관문 수도에서 정부가 지정 하는 곳에 격리 중이다. 복귀하는 비행기의 항로 안내 모니터가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의 최북단 섬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자 창밖을 내려다보며 안도하고 기도하게 되는 푸근한 나라이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 있다고 하듯 가슴으로 품은 제2의 고향이라고나 할까? 다친 연유로 사역지를 떠났는데 공교롭게도 이후 바로 이어서 몹쓸 ‘코비드 19’가 이 나라를 태풍처럼 휩쓸어 자리를 비운 몇 달 사이 엄청난 희생자를 남겼다. 고국에서 편히 누워 소식으로만 들으며 기도하는 마음이 얼마나 죄송하고 미안하였는지 모른다. 혼자서만 안전지대로 대피한 것 같은 꼴이 되어버렸다. 섬겨 온 지역, 좁은 지역에서도 같은 교단의 현지인 목사님이 네 분이나 운명을 달리하셨고, 간간히 내가 다니는 교회의 성도도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만 붉혀야 했다. 교회 성도들이 이 정도로 많이 희생되었다면 일반 주민들의 희생은 얼마나 컸겠는지 짐작을 할 만하고, 보도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늘어만 가는 공동묘지 면적을 보면서 그 심각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타문화권에서 섬기고 있는 일꾼들은 사역지에 있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 어떤 이유로 귀국하였던지 간에 사역지를 벗어나 고국에 머물고 있는 기간 동안 맘이 편할 리 없다. 그래서 고국으로 들어오자마자 다시 복귀할 일정에 예민하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많은 일꾼들이 여러 이유로 일시 귀국하였기에 머물 숙소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도 아니고, 물가가 비싸 경제적으로 한국에서 지내기가 버겁다는 이유로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섬기고 전하는 사명 때문에 파송을 받은 자로서 사역지를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맘이 편치 못한 것이다. 이번과 같은 팬데믹의 상황 가운데서는 더욱 그렇다. 확진자의 급증과 희생자가 늘어나 전염이 창궐하고 있다면 더더욱 섬길 일이 많을 것이고 더욱 현지에 있어야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환난의 중심에서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고난을 같이 겪으며 그냥 기도만 한다고 하더라도 사역지를 고수하여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더욱 사역지 밖에서는 맘이 안정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사역지로  입국하여 격리 중에 지난 주일에는 온라인으로 두 번의 주일예배에 참석하여 예배 드렸다. 파송교회의 주일예배와 가끔 들 어가 참석하는 다른 한 교회의 주일예배였다. 그렇지 않아도 복귀하면서 계속 간절히 기도하는 한 가지 고민이자 기도제목은 복귀하여 어 떤 사역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상황에 맞게 섬길것인가 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시대에서 위기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한걸음 한걸음을 기도하여 방향을 잡아 나갈 수밖에 없다. 사역지를 벗어나 송구한 심사에 들려주시는 말씀인 듯, 앞으로의 사역에 대해 막연한 답답함에 대해 주님이 따뜻하게 격려하시 듯 설교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두 교회의 주일 예배 설교말씀은 같은 맥락으로 나의 가슴을 두드렸다. 거듭 강조하시는 말씀처럼 들렸다. “씨앗은 뿌려져야 한다”는 것과, “ 사랑은 동사형이어야지 명사형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부르심을 받고 보냄을 받은 일꾼이 마땅히 품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사명수행 본연의 마음가짐을 일깨워 주시는 말씀이었다. 가슴에 강하게 와 닫는 말씀을 통해 은혜를 받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성도면 성도, 사역자이면 사역자, 파송받은 선교사면 선교사로서 그저 특별하고 과분한 직임의 호칭을 받으며 존중받고 격려받고 후원받는 자로 존재할 뿐 실제로는 더불어 동고동락하며 생명을 전하는 데 부지런하지 못하다면 이는 심겨지지 않은 씨앗이요, 명사에 머문 사랑에 불과한 것이리라. 달변의 설명이나 수려한 문장으로 잠시 번지르르하게 위장할 수는 있겠으나 주님 목전에서 실상이 행동 하지 않는 멈춘 손발로 살아간다면 무의미하고 안타까운 허송의 삶일 뿐이다.

 

여러 지인이 염려를 담은 권면으로 “그 나라의 코로나 상황이 잠잠해지면 들어가라!”고 말하였다. “추석이나 고국에서 쉬고 들어가라!”라는 말씀도 들었다. 그러나 점점 짙어가는 아름다운 고국의 하늘을 남겨두고 서둘러 떠나 구름사이로 언뜻언뜻 대도시의 야경이 찬란하게 보이는 이 나라의 수도 공항에 착륙하였다. 여권을 내어노라 하여 내어주고는 격리 장소로 안내받아 일 주일간 갇혀 지내고 있지만 곧 격리에서 풀려나 다시 600km만 더 가면 내가 섬겨온 그 산록마을이 가깝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순박한 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들의 얼굴을 대하며 목소리를 들어야, 있어야 할 곳에 존재하며 더불어 겪어야 고난이든 즐거움이든 나누고 격려하며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이들의 간절한 필요와 눈높이에 맞는 섬김이 될 것인가를 분별하여 이행할 수 있는 것이다. 거리를 두고 멀리서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는 현장감이 없다. 물질을 보내어 돕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것이 아닐 것이다.

 

누구보다도 우리 주 예수님께서 친히 사역의 모든 면에서 성도들에게 솔선수범을 보이셨다. 성경 창세기로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임을 여실히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의 대역사를 기록하여 물려주신 것이다. 가르치시고, 전파하시고, 치료하시다가 마침내는 십자가에서 죄인 대신 피 흘리시며 못박혀 죽으심으로 우리가 저지른 죄값을 다 치르심으로 한이 없는 사랑을 몸소 실천하셨다. 사망을 이기시고 부활하 신 후 승천하시며 다시 오마 언약하신 것 또한 동사형으로 이어진다. 다시 오실 그날까지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라는 명령과 부탁을 하셨다. 고귀한 하나님의 사랑,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몸소 행하신 숭고한 사랑의 진행형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20여 년 전 이집트로 사역을 갔을 때 그곳에서 섬기시는 한국선교사님이 주신 선물을 나는 아직도 갖고 있다. 믿음을 강조하는 성경말씀과 함께 빨간 원 안에 겨자씨 몇 립을 넣어 라미네이팅한 카드이다. 겨자씨의 크기를 첨으로 눈으로 확인한 카드이지만 20년이 지났어도 뿌려지지 않고 표본으로 플라스틱에 갇혀 있는 씨앗으로부터는 지금껏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멈춰 있다. 새겨진 성경구절과 씨앗의 색깔이 이제는 퇴색하였을 뿐이다. 나의 남은 삶이 라미네이팅된 겨자씨 표본같이 뿌려지지 않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위한 인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뿌려져서 우리 주님이 말씀하시며 보여주셨듯이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이루는 나무로 자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나태하고 교만한 나로서는 오늘도 내 의지대로가 아닌, 나의 안일을 위해서가 아닌, 주님의 뜻을 좇아, 주신 사명을 따라 사역지의 심령들을 잘 섬겨 가기 위해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기도로 새날의 아침을 맞이한다.

 

[편집자 주 : 2021년 10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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