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 어떤 것이든 마음까지 녹아야 합니다김혜영 목사가 만나는 일상 ① 어떤 것이든 마음까지 녹아야 합니다
글 : 김혜영 목사
이슬람 사원에서 예정된 코비드 백신 2차 접종을 위해 길을 나섰다.
백신 접종을 위해 꺼낸 주사약이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얼어있다. 두 세명의 스탭이 손 안에 주사약을 들고 녹이기 시작했다. 다 녹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살펴보니 아직 가운데 작은 얼음 덩이가 보인다. 그것을 보며 “어떤 것이든 마음까지 녹아야 합니다” 라는 말을 던졌다. 하나의 백신이 완전히 녹아야만 예정된 10명의 사람이 접종을 마칠 수 있다.
성경 속에서 야곱과 에서를 보면, 두 사람의 갈등 후,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은 분명히 화해를 한 것으로 보였는데 역사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다. 에서의 후예인 에돔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으로 가던 중 그들의 땅을 통과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했고, 사울과도 전쟁을 벌였다. 다윗의 군대장관 요압은 에돔의 남자들을 죽였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에돔 사람 하닷은 후에 솔로몬의 대적이 되었다는 것을 성경 속에서 읽게 된다.
갈등의 시작은 작은 미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단호함이 되어 욕을 하게 만들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미워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미워해도 된다는 정당함을 쌓아갔을 것이다. 미워하는 마음과 욕하는 입술이 모이다 보니 어느새 망하기를 기대하며 아니 망하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망하게 하는 방법도 찾아서 실행했을 것이다.
내 눈앞에서 망하는 것, 고통당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기뻐지고 이제 내가 강자가 되어 상대에게도 같은, 아니 더 강한 고통을 주겠다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면서도 그리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받았던 상처가 얼음처럼 꽁꽁 얼어 자신도 모를 정도로 마음 한가운데에 남아있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견딜 만 하다며 살아간다.
정말 아무렇지 않고 견딜만 한 걸까?
예수님을 믿고 내 죄는 다 용서받았다는데 자유함도 기쁨도 없다.
복음을 믿으면서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이것만은 안돼” 하며 스스로 그 굴레에 자신을 가두고 사는 우리는 모두 과거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고 하셨다.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이 하신 이 말을 정말 제대로 실천하고 산다면, 교회에 대한, 기독교인에 대한 시선과 생각은 현재의 평가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각자의 마음속을 잘 살피며 실타래를 잡아 당기고 당기어 그 처음이 어디였는지 봐야 한다.
내 마음속에 나도 모르는 데 녹지 않은 얼음이,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있다면, 그것은 어느새 가시가 되어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배우자와 아이들 그리고 가족을 찌르고 결국은 나를 찌르며, 내 안에 또 다른 상처 내기를 반복하게 된다. 내 안의 얼음은 마음까지 완전히 녹아야 하고, 상처는 덧나지 않고 잘 회복되어야 한다.
누군가를 섬기고 사랑하기에 앞서 내 안의 회복이 우선이다. 내가 원하지 않았던 상처이고 아픔이나 내 안에 들어오면 이제 내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백신 바이얼을 녹이기 위해 필요했던 따스한 두 손처럼 예수님은 내 상처와 얼음처럼 굳어버린 마음을 치유하고 녹이실 수 있다. 그 분은 내 가족과 이웃을 내 자신이나 몸처럼 사랑하게 하실 수 있다. 그러나 내 상처와 아픔을 그 분께 내어 드림이 먼저다.
이것이 어찌 한 순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웃을 사랑하게 하시기 위해 그 분이 이루어 가신다. 그 분 앞에 내 상처와 아픔을 내어 드리며 드리는 눈물의 기도가, 내 분노와 미움을 쏟아내는 시간이 쌓여져 가다보면, 어느 날 나를 우울하게 하고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스스로 비하하게 만들었던 상처와 아픔이 감사의 조건이었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그 때서야 우리는 내 이웃을 내 몸 처럼 사랑하는 첫 발자국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2021년 6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창간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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