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 목사가 만나는 일상 ② 귓구녕에 맨날 말씀만 꽂아놓고 입에선
글 : 김혜영 목사 (RN@Jaisohn Medical Center)
누군가에게 실망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관계를 끊어버리는 일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흔히 발생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함께 신앙 생활을 하는 누군가로 인해 실망하고 교회를 떠나버리는 일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사람 사는 것이 원래 그런 거야” 라고 한다면 세상과 교회,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은 필요 없는 것이 된다. 그리스도인은 구별 된 사람들,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지인과 카톡을 나누는데 “귓구녕에 맨날 말씀만 꽂아놓고 입에선...” 이라는 말을 한다. 매일 설교말씀을 듣고 사는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형편이나 사정을 공감 받지도 위로 받지도 못하는 것이 속상해서 하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도대체 말씀은 왜 맨 날 듣냐고...”
어느 교회 사역자가 집에 먹을 쌀이 없어서 교회의 쌀을 가져갔다가 도둑으로 몰려 결국 교회에서 쫒겨났다고 한다. 이 상황에 대해 다양한 반응과 의견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에게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아무도 몰랐을까? 교회가 그가 쌀을 가져간 것을 발견했을 때, 아니 어떻게 그럴수가!로 반응하지 않고, 그저 손잡아주고, 넉넉한 쌀 포대를 그 집 앞에 쌓아두었다면..
예배 때마다 찬양하고 고백하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은혜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서로 연결된 유기체인 그리스도인들은 정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맞는 걸까?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 것이고 믿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야고보 사도는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약2:26)이라 고 했다.
성경책 속에 “~해라 ~하지마라” 는 모두 행함을 요구한다. 성경 말씀대로 산다는 것은 읽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것같이 쉽지 않다. 피하고 싶고 타협하고 싶은 것이 수두룩하다. 믿는 대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강력하게 자기를 부인하고 온 힘을 다해 자기 몸을 쳐 복종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믿음을 행하는 것의 열매는 분명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게 한다. 믿는다면서 행함이 없다면 그 믿음은 가짜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사무엘 선지자의 말은 예배 한번도 안빠지고 헌금을 드리고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보다 정의와 공의를 실천하는 삶이 더 중요함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이사야 선지자나 말라기 선지자도 이 부분에 대해 목청을 높혔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어떤 삶을 살았던 주일예배 잘 드리면 다 괜찮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의와 공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내가 너에 대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느냐를 포함한다. 귀에 말씀을 24시가 꽂고 살아도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하나님의 성품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위선이고 가시가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불공평하고 불평등하다. 이런 세상 속에 그리스도인은 사랑을 분모로 하는 공평과 평등을 행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기도해주겠다는 말 대신 내 지갑을 열고 내 밥을 나눠줘가며.. 넘어진 사람에게 왜 믿음으로 일어서지 못하느냐 가르치기보다 넘어진 이의 눈높이로 낮아져 그의 무릎을 털어주고 상처를 살펴가며..
[편집자 주 : 위의 글은 2021년 7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2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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