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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포스트 코로나 교회 가는 길의 전망 3

복음뉴스 0 2022.04.09 10:39

특별기고 - 포스트 코로나 교회 가는 길의 전망 3

글 : 조원태 목사 (뉴욕우리교회)


1  1963년 8월 28일, 34살의 흑인목사가 워싱턴 DC의 수십 만 명의 인파 앞에 섰다. 링컨 대통령이 서명했던 노예해방 100주년 기념의 날

이었다. 링컨 대통령의 기념관의 대리석 계단에 올라선 마틴 루터 킹 목사는 58년이 지난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꿈을 외쳤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골짜기들은 메워지고, 모든 언덕과 산들은 낮아지고 거친 곳은 평평해지고 굽은 곳은 펴지고 하나 님의 영광이 나타나고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그 영광을 보게 될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며 나의 믿음입니다”

 

킹 목사의 꿈은 100년 전, 링컨 대통령이 한 서명의 재해석이며, 2700 년 전, 이사야 예언자의 부름에 대한 메아리이다. 또 킹 목사는 외쳤다.

 

“믿음으로 절망의 산을 깎아서 희망의 반석을 만들 것이며, 믿음으로 나라의 불협화음을 형제애의 아름다운 교향곡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산처럼 절망이 커도 그 산에서 희망의 반석을 깎는 위대한 믿음이다. 소음으로 전락한 불협화음 속에서 사랑의 교향곡을 편곡하는 감동적인 믿음이다. 나는 이 믿음을 절실히 흠모한다. 부름 받은 젊은 목사의 가슴을 뜨겁게 한 믿음은 오랜 밤을 몰아낼 새벽의 여명과 같다.

 

2  과연, 그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믿음은 자생적으로 심리 안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의 우렛소리 같은 부르심(calling)

에 대한 내 삶에 마주쳐 울릴 메아리가 흔들림 없는 믿음을 창조한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에서 하나님은 끊임없이 한 사람을 택하여 부르신 다.

 

그 부르심이 역사의 변곡점을 만든다. 그러나 팬데믹의 비대면 상황은 우리의 부르심을 녹슬게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이 잘 안 보인다. “나 입니다” 손들고 나설 수 있는 소명자들이 은폐되도록 만드는 것이 팬데믹의 저주처럼 보였다.

 

그래서 뉴욕우리교회는 8월 8일, “신학생, 교역자 헌신 및 비전주일” 을 지정해 예배를 드렸다. 뱃속 아기들부터 어린이들과 청소년들과 청 년들 그리고 장년에 이르기까지 하나님 나라에 헌신할 소명의 기회를 예배 안에서 가졌다. 신학생과 목회자, 선교사의 꿈을 품는 기회였다.

 

각 부서의 설교자들은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제안할 내용과 형식을 준비했다. 솔직히 말하면, 과연 있을까 하는 어리석은 의심 이 내 마음에 있었다. 요즘 신학교들은 점점 텅 비어가고, 자구책으로 신학교끼리 통합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내가 다니던 신학교에는 목사와 선교사의 자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목사의 자녀들이 신학교에 가기는 커녕 교회를 떠나고 있는 가슴 아픈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본다. 나는 한 사람도 없을지라도 부르심의 기회는 지속하겠다는 일종의 보호단서를 달았다.

 

3  그런데 까무러치게 놀랄 일이 벌어졌다. 어린이 12명, 청소년들과 청년들 6명을 합해 모두 18명이 콜링에 응답했다. 나의 의심은 기

우였음이 폭로되었다. 내 마음에 대전환이 일어났다. 물론 18명의 반응이 일시적이거나, 그들의 다짐이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럭비공 같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르심의 기회를 함께 나누는 것 자체의 파워는 과소평가될 수 없었다. 혹시 인위적인 분위기로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최대한 그런 환경을 배제시켰다. 오직 성령께서 역사하시도록 검소하고, 겸손하며, 간절하게 마당을 기획해 부르심을 대신 전하였을 뿐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나와 교우들이 무디어진 화살촉을 예리하게 다듬는 공헌을 했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 교회 가는 길은 부름 받은 자들의 각성에서 오리라.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바 되고, 하나님의 말씀에 귀가 사로잡힌 소명자들을 준비하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4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으로 유럽인구 2억 명이 죽었다. 당시 인구의 40%에 달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교가 안 되는 팬데믹이었다.

한편, 충격적인 흑사병은 무소불위의 부패한 종교권력이 재고되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 여파로 르네상스의 문예부흥이 시작되었다.

 

당시에 교회는 과학 혁명의 토대를 마련한 르네상스의 발흥을 악마적인 것으로 조롱했었다. 그러나 그런 시대 속에서 부르심에 응답한 마 틴 루터는 종교개혁을 이끌었다. 더불어 흑사병의 주범이 유대인이라는 루머가 고의적으로 퍼져 유대인 혐오가 기승을 부렸었다.

 

이때 체코 프라하의 한 교회는 유대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 수 년 전 그 교회를 찾았고, 그때 유대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교회 내부 의 모습을 체험했다. 그리고 21세기 뉴욕에서 서류미비자들에게 교회가 피난처가 되겠다는 슬로건으로 이민자보호교회가 활동하고 있다.

 

인류는 상상을 초월하는 도전을 끊임없이 마주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도전의 이면에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셨다. 지금도 인류가 예 측할 수 없는 하나님의 공간이 마련되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역사의 골짜기에서 하나님은 부르심을 통해 일하셨다. 한 사람을 세우는 부르심! 불협화음에서 교향곡을 끌어낼 그 한 사람을 하나님은 부르실 것이다. 절망의 산맥에서 희망의 반석을 조각해 낼 그 한 사람을 하나님은 반드시 부르실 것이다. 그 한 사람을 통해 하나님께서 팬데믹 이면에 숨겨두신 새로운 시대를 연출하실 것을 조금도 의심치 않는다.

 

나는 충심으로 그 한 사람을 세우는 마당을 꾸미고 싶다. 스피커를 메고 산이든 들이든 어디든지 하나님의 부르심이 들리도록 메신저 역할 을 감당할 황홀한 영광이 내게서 떠나지 않길 소망할 뿐이다. 킹 메이커가 되는 짜릿한 행복을 오늘날 교회가 함께 누리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 2021년 9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4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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