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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학 이야기(4)

Khcho 0 2018.05.04 12:23

수업 첫 날 

내가 시카고에 온 목적은 병원 채플린을 공부하기 위해서이다. 실은 나는 2013년부터 병원 사역을 시작하였다. 그 전에는 지역교회와 신학교 교수 사역을 하였지만, 뜻한 바가 있어 사역의 분야를 바꾼 것이다. 어쩌면 이 도전은 나에게 매우 흥미로운 전환이었다. 이 이야기는 별도로 해야할 만큼 내용이 복잡하다. 

아무튼 나는 한국에서 병원 채플린 사역(인천의 작은 개인병원) 4년을 하면서 사역의 한계;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 좀 더 발전되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사실 병원 채플린 제도는 미국이 앞선다. 예를 들면, CPE(병원임상교육)을 비롯한 병원에서 환자들을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돕는 것(복음)은 전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한국은 1960년대 이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체계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병원에서 사역 하면서 좀 더 발전적인 병원 채플린 제도를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서 시카고에 온 것이다. 미국은 일찍이 이 제도가 발전되어 지금은 매우 안정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병원 채플린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신학교에서 M.Div과정을 마쳐야 하고, 이어 병원에서 CPE을 비롯한 일정한 교육을 받고 자격증이 있어야 채플린으로서 활동할 수 있다. 

시카고의 경우, 많은 병원이 있으며, 각 병원마다 채플린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개신교 뿐만이 아니라 타 종교- 카톨릭,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에서도 채플린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이 나라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라는 의미이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더 하기로 하자. 

시카고에 와서 나의 첫 번째 수업은 2월 초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의 학기는 가을 학기, 그러니까 9월부터 시작이 된다. 그래서 일 년 과정을 예로 들면, 2017-2018년이라고 표현하며, 졸업을 2020년에 하면, 2020 of Class라 한다.  나의 경우는 학기 중간에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외국인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언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ESL(언어 과정)과 수업을 병행 하여야 했다. 이것은 MTS(맥코믹신학교)의 학칙이다. 그래서 나는 언어 과정과 과목을 동시에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우선, ESL한 과목, 그리고 나머지는 두 과목(Educating for witness, Ecological Spirituality)였다. 아직 영어 수업이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첫 수업이 설렘과 두려움이 반반씩 있었다. 첫 수업(나의 전공 필수)이 시작되던 날, 나는 좀 일찍 클래스에 가 자리에 앉았다. 그곳에는 이미 나보다 먼저 온 여학생이 있었는데, 서로 소개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이스라엘계 미국인이었고,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직업은 유대교 랍비였다. 말로만 듣던 랍비를 이곳에서 처음 만났는데, 특별한 점은 없었지만 매우 다정다감한 여인으로 기억된다. 

나는 그녀에게 나에 대하여 소개를 했는데, 나는 한국의 목사이며, 병원 채플린으로서 미국에 공부하러 왔다고 소개하니까 매우 반갑게 반응해 주었다. 그 후 그녀와는 클래스에서 가깝게 지내며 공부했는데, 때로는 나의 페이퍼의 Proofreading까지 해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우리 클래스에는 학교 채플린(여성), 복지단체에서 일하는 분(여성), 아프리카 신부, 드폴 대학교 법대 교수와 나 모두 6명이 Classmates였다. 그리고 교수는 John Schmidt로, 나의 논문 지도 교수였다. 

우리는 첫 수업에 자신을 소개하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다들 영어로 능숙하게 소개하는데, 나의 차례가 왔다. 나는 자신 있게 나의 배경을 간단하게 말하고, 이 수업에 거는 기대를 나름 능숙하게 말했으나 그들은 나의 영어 실력을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영어 수업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터라 절반 정도는 들을 수 있으나 완벽하게 듣지는 못했다. 그리고 말하는 것이 서툴러서 가끔 질문만 했을 뿐인데, 정확한 전달이 되지는 않았을 게다. 

그러나 다행스런 것은 이미 한국에서 신학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를 하였기 때문에 단어 몇 개만 들으면 무슨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주로 파워 포인트로 수업하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 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매 시간마다 혹은 한 클래스에 Presentation이 꼭 있는데, 그것을 영어로 준비하는 것이 큰 일이었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자. 

그날 첫 수업은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수업을 하는데 왜 시간이 그리 안 가는지, 미국에서 영어 수업을 받은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긴장 때문인지, 무척이나 피곤하였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내가 미국에서 영어로 수업을 받았다는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하였다. 이제 이렇게 첫 단추를 끼웠으니 한 학기가 내겐 넘어야 할 고개였다. 

영어 수업은 내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나중에 안 사실은 영어로 말하는 미국인들도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많은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첫 수업 후 나의 과제는 영어로 듣는 것, 말하는 것을 숙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읽고 쓰는 것은 어느 정도 되었지만 외국인들, 특히 한국인들의 가장 난해한 문제는 듣고 말하는 것이 약하다는 것. 오히려 인도나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들은 그 반대였다. 그들은 듣고 말하는 것보단 읽고 쓰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이것은 오랜 세월 미국에서 미국식 영어 공부를 한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리라.  

나의 첫 수업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한 학기 내내 그렇게 영어 스트레스를 받으며 보낸 후, 그 해 7-8월 MTS에서 제공하는 신입생들을 위한 섬머 스쿨을 거친 후부턴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도전을 받아 그 해 가을 학기부터는 좀 더 여유 있게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 영어는 언제나 넘어야 할 산과 같았다. 그러나 세번의 학기를 마친 후 지금은 어느 정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영어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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