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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목사가 될 나! - 한준희 목사

한준희 목사 0 2019.11.1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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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한국에서의 바쁜 직장 생활과 부목사로써의 모든 일을 포기하고 미국에 막 도착해서 지낸 시간이었다. 제일 힘들었던 것이 시차가 바뀌지 않아 밤새 처남 집에 갇혀 지냈던 것도 힘들었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거의 한달 동안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낼 때이었다.

 

오랜 직장 생활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갑작스레 온 무직(無職)에서 오는 허전함이라 할까, 허무함이라 할까, 아무 일도 안하고 지내는 그 시간이 마치 죽음의 시간같이 느껴졌던 시기였다.

더욱이 미국에 오기 전, 좋은 직장과 직위를 가지고 계획하는 일들을 성취해 나가는 직장생활은 늘 나에게 활력이 주는 생활이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목사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미국 땅에 왔는데, 이제 시작해야할 목회부터 신분문제, 경제적 문제, 자녀 양육문제 등등이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나에게 시간이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픈 유혹으로 밀려올 때가 그때였다. 그래서 6개월만에 다시 한국으로 나갔다. 한국으로 갈 것인가, 미국에서 살 것인가,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이었다.

 

그런데 6개월 사이에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기득권이 다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6개월 전에 다녔던 직장, 내가 앉아서 일했던 책상, 창고에 들어가 마음대로 물건을 꺼냈던 캐비닛 등등 그 어떤 것도 내가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늘 편안하게 쉴 행복한 내 집도 사라졌다. 내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새로운 이민 생활을 계획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만 하는 과제만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 알았다.

하나님께서 위탁해서 사용하셨던 한국에서의 삶이 이제는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다 지나간 과거 가 되었을 뿐이었다.

 

나는 아직 은퇴목사님들의 사정을 잘 모른다. 아직 은퇴를 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 3040년 목회를 하고 은퇴를 할 때, 어쩌면 그동안 누렸던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 결국 쉽지 않으리라 본다. 설령 다 포기하고 원로목사가 되어 있어도, 구석구석 자신의 땀과 수고가 깃들어 있는 교회를 뒤로 하고 물러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일까, 겪어 보지 않으면 실감이 안 되리라 여겨진다.

 

사람은 가장 허무할 때가 자신이 이제 아무 일도 하지 못할 때, 그때가 가장 허무하다고 한다.

병이 들어서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병들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그 허무함, 이제는 나를 불러주는 사람 없고, 이제는 어디에서도 내가 설 자리가 없다는 그 허무함이 은퇴목사에게 가장 슬픈 쓰라림이라고나 할까,

 

더욱이 나이가 들었다는 것도 허무함을 느끼는 데, 젊은 목사들조차 은퇴목사, 원로목사를 존경하는 그런 풍토가 사라져버렸으니 얼마나 지금 누리도 있는 기득권들이 그리울까 싶다.

그래서 먼저 은퇴하신 목사들이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무엇이 있는가 보다.

 

참으로 수십년을 목회하고 빈손으로 떠나는 은퇴목사가 몇이나 될까, 다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내려놓고 후임목사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멀리 떠나가 있는 목사도 있다. 참 존경할 만하다. 하지만 과연 그 목사님들이 무소유로 떠났을까, 떠났다는 명분은 있는데 뒤로 실리를 챙기는 목사님들이 많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손을 놓지 못하는 목사님들의 한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나도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는 그 한계를 뛰어 넘어, 떠날 때는 떠나야 한다, 손을 놓아야 할 때는 놓아야 한다. 그것을 떠나기 전에 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빈손으로 이민와서 누가 이렇게 큰 교회를 주시리라 생각했던가, 다 무소유에서 출발하여 지금 이루어 논 내 교회의 모든 것이 다 꽁짜로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였던가, 내것이 아니라는 이 무소유의 믿음이 어쩌면 손을 놓고 떠나는 남은 인생에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달려갈 수 있도록 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은퇴목사가 되면, 되돌아갈 수 없는 수십년의 내 목회는 이제 끝났고, 놓아 버린 목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지금부터 훈련한다, 하나씩 하나씩 놓아버리는 훈련을,,,

얼마 후 다 놓아버렸을 때 나에게는 또 다른 노년의 목회가 시작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경험한 하나님은 앞에 것만을 향해 가도록 하셨던 분이지 과거의 것을 손잡게 하시는 분이 아니였다는 사실을 난 성경을 통해서도, 내 직장생활과 목회를 통해서도 뼈져리게 경험했던 기억 때문인지 내가 은퇴하면 미련 없이 무소유로 마지막 선교의 현장에서 주님을 위해 불살아 타 없어지길 소망해 본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3: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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