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백의흠] 사월은 축복의 달

백의흠 목사 0 2020.04.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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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월은 축복의 달  

영국의 시인 엘리엇(T.S Eliot)은 제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인 1922년에 발표한 황무지(The Waste Land)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봄비가 잠든 뿌리를 깨운다."(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라고 노래했다. 엘리엇의 표현처럼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되어 끔찍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다. 미국과 한국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던 Virginia공대 사건이 지난 주 16일로 14주기가 되었다. 

2007년 4월 16일에 일어 난 Virginia Tech.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은 미 전역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이 날은 한국인 미국 105년 역사의 영광이 송두리채 사라진 날이 돼 버렸다. 근대 미국 이민 역사에 가장 성공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했다고 칭찬 받아 오던 코리안들에게 쓰여진 승리의 역사가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 가장 치욕적이고 슬픈 통곡의 날이다. 학문과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대학생이 대학생을 총으로 쏴 33명이 죽고 30여명이 부상했다는 것 자체만 해도 큰 충격이었는데 그 범인이 한국 사람이라는 말에 경악을 했다. 그동안 한국인은 근면하고 착한 사람으로만 알려져 왔던 우리가 잔인하고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될까 봐 심히 걱정했다. 그 당시 한국인은 누구나 공든 탑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같은 막막한 심정일 뿐이었고 교민 사회는 충격과 근심에 쌓인 패닉 상태였다. 한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한인에 대한 차별 분위기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바깥 출입을 자제하였고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가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 당할 것을 염려하였다. 한국 정부에서도 사과와 위로의 애도 표시를 하였다. 그러나 참으로 감사 한 것은 미국 사회와 국민이 이 사건을 한국인이 일으킨 사건으로 보지 않고 미국에서 자란 한 개인이 일으킨 사건으로 보았다. 그래서 참사의 슬픔을 이겨 내기도 버거울 버지니아 공대 학생회가 주미 한국 대사관에 감사의 이메일을 보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국의 지도자들, 그리고 국민이 한 몸으로 보여 준 위로와 애도에 대한 감사의 편지였다. 학생회는 "지금은 인종, 신념, 계층을 넘어 폭력을 이겨 내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힘을 줘야 할 때"라며 '한국이 그런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대를 보여 준 데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행동이 우리 학생들과 한국 국민 사이에 장벽을 만들지 않을 것이며 만들도록 놔주지도 않을 것"이라는 다짐도 했다. "이것은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다. 위로는 고맙지만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극도의 슬픔과 충격 속에서도 휴머니즘과 이성의 기초 위에 사유하고 판단하는 그들에게서 미국과 인류 사회의 양식이 살아 있음을 보았다.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참 비극적인 일이었다. 범인을 원망스럽지만 다 키운 대학생 자녀를 잃은 부모들과 죽은 사람들이 너무 불쌍했다. 미국의 총기 소유를 원망하기도 했다. 추운 날씨도 거의 다 지나고 따뜻한 기운이 돌아 오기 시작하면서 움추렸던 몸과 마음이 활기를 되찾으려는 사월이었지만 이 사건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 움추리게 만들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 기운과 함께 만물이 소생하는 좋은 4월이 잔인한 달이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칼 하다. 한국에서도 4월에는 끔찍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 유난히도 유괴 살인사건과 강도 그리고 비극적인 일이 많이 일어났다. 1960년 4.19 의거를 필두로 해서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인 58명을 사살한 우범곤 순경 총기사건도 1982년 4월 26일, 27일에 일어났다. 최근에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충격과 아픔을 준 세월호 사건도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났다. 304명의 고귀한 생명을 순식간에 빼앗아 갔다. 대부분이 희망과 꿈을 가진 꽃다운 고등학생들이어서 우리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이 비극과 슬픔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에 큰 아픔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봄기운이 만연함과 함께 몸과 정신도 나긋해 지기 때문일까? 죽은 것 같은 나무도 살아나 파릇파릇한 잎이 순식간에 돋아 나는데 존엄한 살아 있는 생명이 죽은 낙엽처럼 덧없이 쓰러져 가는 모습은 큰 슬픔이며 비극이다. 

미국에서도 4월은 잔인하다. 4월에는 비극적인 사건과 사고가 유난히도 많았다. 약 97만명이 사망한 남북 전쟁이 1861년 4월 12일에 개전되었다. 링컨 대통령도 1865년 4월 14일에 암살되었다. 3천명 이상 사망한 샌프란시스코 대지진도 1906년 4월 18일에 일어났다. 1,517명이 사망한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도 1912년 4월 14-15일에 일어났다. 마틴 루터 킹 목사님도 1968년 4월 4일에 암살 당했다. 1974년 4월 3,4일에 미국 13개 주에 148개 토네이도가 발생하여 315-330명이 죽었다. 

콜로라도 리틀락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도 1999년 4월 20일에 일어났다. 9.11 사태 이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최대의 테러 참사였던 169명의 생명을 빼앗아 간 오클라호마시티 차량 폭탄 사건도 1995년 4월 19일에 일어났다. 무장 사교단체인 다윗파의 지도자 데이빗 코레쉬를 무기 및 폭발물 불법 비축 혐의로 체포하기 위해 갔다가 총격전이 벌어져 수사관 4명과 다윗파 6명이 숨지면서 발생한 웨이코 사태도 1995년 4월 19일에 진압작전을 펼쳐 81명의 신도가 화재로 숨졌다. 4월 16일에서 20일 사이 일어난 이들 4건의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거의 300명에 이른다. 

한국 이민자들에게는 생각하기만 해도 몸서리 치는 LA 폭동도 28년 전인 1992년 4월 29일에 일어났다.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민 와서 고생하면서 얻은 모든 재산을 하루 아침에 잃어 버리고 그들의 꿈과 희망을 꺾어 놓았다. LA폭동으로 사망한 사람도 53명이 된다. 

세계적으로도 끔찍한 사건이 많다. 지식인 250명을 체포하므로 60만-80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시작도 1915년 4월 24일에 발생했고, 50만-1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르완다 대학살도 1994년 4월 6일에 시작됐다. 4월은 유난히도 광기 서린 테러나 학살극이 집중되었다. 이쯤 되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할만도 하다. 더구나 금년에는 세계적인 코로나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현재의 세대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겪는 사월이 되었다. 전 인류가 경험하는 잔인한 사월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잔인한 달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날들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그 날들은 우리에게 복되게 하기 위해 주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범죄로 인해 그 날들을 잔인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제 우리들의 마음속에 잔인한 날, 흉한 날이라는 생각은 지워 버리고 모든 날들이 길한 날이고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자. 며칠만 지나면 계절의 여왕인 오월이 온다. 5월에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축복의 날들을 헤아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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