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양민석] 2020년의 성탄절 12 "아버지의 성탄절을 기억하며"

양민석 목사 0 2020.12.23 13:41

[편집자 주] 성탄절을 앞두고 복음뉴스는 "2020년의 성탄절"이라는 주제의 글들을 연재합니다. 뉴욕, 뉴저지 일원의 목회자들이 쓴 글을 원고가 도착된 순서대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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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버지의 성탄절을 기억하며


뉴욕의 크리스마스는 그 어느곳 보다도 화려한 불빛과 요란스럽게 울리는 케롤 소리로 성탄를 맞이했습니다. 맨하탄의 브로드웨이 거리는 수 많은 사람들로 분비고, 크리스마스는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올려주는 시즌이었습니다. 그리고 교회들 역시, 성탄절 이브를 위한 축하 찬양과 연극, 뮤지컬등 참으로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하며 성탄절의 추억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예전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고요함이 깃들었습니다.

텅빈 거리, 흐릿한 불빛들, 신나는 케롤이 오히려 좀 무색할 정도의 적막이 흐르고 있습니다.

교회의 행사들 역시 대부분 비대면으로 전환되었고, 그것도 비대면이 잘 준비된 교회외에는 그저 가족들끼리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가질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목회자로서, 기쁘게 맞이해야 할 성탄절이 이렇게 쓸쓸히 지나가는 것 같아, 왠지 죄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들이 오히려 지난날을 반성하는 크리스마스로 다가왔습니다.

최근 이런 상황들을 맞이하며, 오래전, 대학 2년 시절 크리스마스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가 그 해 10월애 돌아가시고, 2개월 쯤 지나 맞이한 성탄절이었습니다. 나는 당시 신학생이었고, 어머니와 사별한 아픔이 채 가시지도 전, 교회일로 바빠져, 매일 저녁 행사를 준비하러 교회에 살다시피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과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그 동안 열심히 준비한 재능 선물들로 성탄절 전야를 멋지게 치렀습니다. 행사 뒷풀이도 하고, 선물도 나누고 밤 늦게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가 떠난 집안은 저와 아버지만이 남아 있었기에, 예전의 온기가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행사를 마친 후의 들뜬 기분을 여운으로 담고 왔기에 숨은 콧노래를 부르며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순간, 주무시고 계실 줄 알았던 아버지가 혼자 덩그러이 앉아계셨습니다. 아들이 들어 올때 썰렁해진 집안공기가 느껴지지 않게 하실려고 기다리셨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동안 그렇게 앉아계셨는지, 저녁은 제대로 드셨는지 모르겠지만, 조그만 반상 하나에 초라한안주, 작은 술잔하나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당시 철없던 나는 순간, 성탄절에 술잔을 놓고 계신 아버지가 못마땅하여 아무생각 없이 신앙적인 잔소리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제 나도 아버지가 되고, 나이가 들어가며 아버지의 마음이 가슴에 전율로 다가왔습니다.

 

그 당시 신앙이 깊지 않으셨던 아버지는 교회 나오기도 쑥스러워 참석도 못하셨고, 어디가서 어울릴 수 있는 날도 아니었기에 혼자서 크리스마스 전야를 보내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떠난 텅빈 집안, 홀로남은 고독을 삭히기 위해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나의 바쁨과 분주함속에 홀로 외로움을 달래야했던 아버지,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신 그 아버지가 왜 2020년 성탄절엔 더 그리워지는 것일까요? 아마, 그동안 성탄의 바쁨이, 팬데믹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기회로 주어졌기 때문이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베들레헴 초라한 마구간에 탄생하셨던 예수, 소외되었던 양치기들과 첫 대면을 하며 방끗

미소지으셨을 아기예수.. 그 분이 그렇게 후미진 장소를 선택하신 이유는 홀로 외로워하는 자들곁에 머물고자함이 아니었을까? 2020년 성탄절은 어디선가 홀로 고독을 삭히기 위해 하얀밤을 세우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아기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서로 돌아보아 위로의 미소를 줄 수 있다면 팬데믹19 아픔은 사랑의 숨결속에서 점점 녹아져 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 : 양민석 목사(뉴욕그레잇넥교회) 

 

ⓒ 복음뉴스(BogEu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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