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칼럼

 

나의 유학 이야기(23)

조경현 2 2019.05.07 21:24

사진(나의 숙소-루터란 하우징 주변)  



베드버그(Bedbug), 쥐(Mouse)와의 전쟁 
  
미국에 오기 전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미국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다. 뭐랄까? 천국과 같은 그런 나라일 것이라는 막연한 그림. 물론 누구나 미국에 여러 번 방문 및 여행한 적이 있다 할지라도 이곳에 장기간 정착하여 살 때는 그런 환상이 금시 깨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여기도 한국과 똑같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에 구걸하는 거지, 절도자, 강탈자, 그리고 살인자도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에 와서 처음 들었던 절도 사건 가운데 하나는 전ㅇㅇ 신부(내가 시카고에 와서 처음 만난 사람)가 실감나는 얘기를 하나 내게 해 주었던 것. 그것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사건이었다. 어느 날, 외출 했다가 전철과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저녁 무렵 길거리에서 강도를 만나 소지하고 있었던 휴대폰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그런 사건이 이 지역에서는 빈번히 일어나기에 주의하라는 거였다. 사실 그때부터 이곳이 우범 지역이 아닌가 하고 나름 조심하며 살았다. 
  
또한, 어느 날 나의 룸메이트인 제이슨(Jason)이 시무룩하게 보여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지난 밤 강도를 만나 지갑을 빼앗겼다는 것. 그곳도 바로 집 뒷골목에서 말이다. 그러니 절도와 강도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때부터 가급적 밤에는 출입하지 않도록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내게는 아무 일도 없었으나 그렇다고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유하고, 세계에서 일등 국가라고 해도 여기에도 노숙자들, 강도들이 있고, 그리고 절도 및 도난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것. 그런가 하면 이곳에도 또한 인간들에게 해로운 해충들과 쥐새끼들도 있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
  
한 번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 얼굴이 부어 있었다. 얼굴이 따끔하고 이상했지만 별일 아니겠지 하며 지냈는데, 왠걸 오후쯤 되니 얼굴이 부어 오르면서 벌겋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날 밤에 내 얼굴은 헐크. 그리고 가라앉지 않았다. 룸메이트들에게 나의 사정을 알리니 그들도 정확히 모른다며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라고만 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것은 필시 빈대(bedbug)나 벼룩과 같은 해충에게 물렸을 것이라 생각하고 하우징 사무실에 알렸더니 그 다음날 관련 직원이 와서 우리 집 방들을 샅샅이 검사했는데 특별한 해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날 우리 룸메이트들은 집 안의 자신들의 모든 옷과 이불 등을 세탁하는데 하루 종일 전쟁을 하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나의 얼굴에 물린 자국도 가라앉으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사건이 나에게 일어났다. 쥐새끼 한 마리(mouse)가 집 안으로 침입한 것이다. 소위 귀여운 미키 마우스(?). 이놈은 이곳에서는 흔하게 돌아다니는 것이라 하는데, 문제는 그 쥐가 내 방에 칩거하며 나와 이틀을 보냈다는 것. 밤이 되면 무엇인가를 갉아 먹는 소리와 함께 끔찍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바로 그 징그러운 미키 마우스다. 그래서 다음 날은 방 문을 열고 외출을 하였더니 다행스럽게 그 놈이 탈출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재미 있었던 것은 그렇게 여러 날을 지난 후 통통한 쥐 한 마리가 덧에 걸림. 바로 그 쥐가 집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호위호식을 하다가 걸린 것이다. 그 후론 쥐가 보이지 않았지만, 문틈으로 기회만 있으면 먹을 것을 찾아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문단속을 꼭 하는 버릇이 생겼다. 
  
다시 베드버그 사건으로 돌아오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만일 집 안에 베드버그가 서식하고 있다면 모든 물건들을 전부 버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왜냐하면 이것들이 순식간에 번식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피해를 입는 다는 것. 해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베드버그를 찾고, 검사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아직도 수수께끼는 그렇다면 내 얼굴을 물었던 그 놈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난 미국에 온 후 처음으로 베드버그? 신고식을 톡톡히 치루었고 지금은 별탈 없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래도 늘 조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마디 더 붙이면, 여기서는 아프면 자기만 손해다. 누구 하나 약봉지 들고 찾아오는 이가 없고, 자기 스스로 앓다가 나으면 된다. 그럼 병원에 가면 되지 않으냐고 할 테이지만, 병원비가 만만치가 않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병원 문턱이 낮지만 이곳에서는 보험이 없으면 말할 것도 없고, 있다 하더라도 본인이 내야 할 몫이 따로 있다. 
  
지난 번에도 언급한 기억이 나지만, 보험 없이 병원 응급실(Hospital Emergency room)에 가면 보통 4,000-5,000불을 본인이 지불해야 한다. 그러므로 왠만하면 혼자 앓고 마는 것. 그러고 보면 한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디 있는가. 그래서 나의 조국이 아닌가. 물론 여기에 살아가는 미국인들은 나름 이곳의 제도 안에서 별 문제 없이 살겠지만, 유학생인 나에게는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이 두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미국에 대한 환상이 하루 아침에 깨졌다. 말하자면 전과 후의(Before and after) 차이. 그렇다고 미국이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라 미국 다운 것도 있다는 것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유학생인 내가 겪은 경험으로 인해 지상의 나라는 완벽할 수 없다는 것. 우리가 항상 바라보고 소망할 나라는 이 땅의 나라가 아닌 저 세상(The Kingdom of God)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keywords : mouse(쥐), bedbug(빈대), Hospital Emergency room(병원 응급실), 하나님의 나라 

Comments

조경현 2019.05.07 21:51
필자는 유학을 마치고 지난 4월 한국으로 귀국했답니다. 하지만 글의 표현은 유학 중에 쓴 것이기에 현재형으로 되어 있음을 양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동욱 2019.05.08 00:18
목사님, 늘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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