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칼럼

 

나의 유학 이야기(33)

조경현 0 2019.08.13 02:32

사진(농장에서)

 

 

미국(마렝고)에서의 농장체험 

 

우리(중년)들 가운데는 노후를 시골에 내려가 작은 텃밭을 가꾸며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주로 생각에 그치지만 말이다. 나의 부모님도 60-70대에 그런 말씀을 가끔 하시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사람은 누구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귀소본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TV나 어떤 매체를 통해 자연에 관한 휴먼 다큐(human documentary)를 보면 그런 생각을 가끔씩 한다. 


미국에 오면 이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농사를 짓는가에 대한 약간의 궁금증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한국과는 달리 넓은 땅을 일궈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교회를 통해 여행을 하다 보면 드넓은 땅에다 옥수수, 감자, 콩 등을 재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회가 생겨 일리노이, 마렝고(Marengo)에 있는 농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가 아마도 6-7월 달이었을 게다. 역시 이곳에 농사는 대규모였다.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일할 수 없는 시스템. 우리가 방문한 곳은 옥수수 농사를 짓는 농장. 창고 안에는 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농기계들이 있었고, 주인은 가끔 내려와서 농사를 지는 듯 하였다. 기계를 이용하니 사람 일손이 그리 필요치 않다고 들었다. 밭을 개간하고, 파종하고, 그리고 약을 쳐 놓으면 가을에는 수확을 한다고 들었다. 

우리 팀 작업은 그곳, 농장 한 귀퉁이에 고구마, 깨, 콩 등을 심는 것이었다. 사실 농사라기 보다는 취미 생활이 맞을 게다. 팀은 주일 아침에 출발하여 농장 창고 안에서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하였다. 점심 메뉴는 돼지 삼겹살 및 양념 삼겹살. 허기진 아침을 건너 뛴 시간이라 시장이 반찬이었다. 어찌나 맛 나든지 거하게 한 밥상 차려 먹고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어야 할 시간. 

우리가 처음 한 일은 그 밭에 풀을 뽑는 것. 그래도 처음에는 할만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일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게다가 비까지 내리니 일하는 것이 더욱 힘 들었다. 우리는 밥값은 해야 할 것 같아 열심히 작업을 하였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고랑을 만들고, 거기에 고구마 줄기를 심는 일. 비를 맞아 가면서 그 일을 하였는데, 작업이 마친 후에는 비 맞은 생쥐 같았다. 그러나 어떤 성취감은 있었다. 

낮의 햇살은 이미 지고, 밖은 어두컴컴한 시간. 우리 팀은 서둘러 귀가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였다. 귀가하는데 몸은 녹초가 되었고, 눈은 자동적으로 감기고, 배는 허기졌다. 저녁 식사는 교회에 가서 먹기로 하였다. 

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추억은 힘들고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쌓이는 것.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날의 추억을 잠시 끄집어 내면 언제 또 그런 일을 경험할까!? 그런데 4월 25일(주일) 또 한 번의 추억을 만들 날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교회에서 또 한 번 더 그 농장에 방문한 적이 있었으나 나는 한국을 방문하고 난 후 10월이나 11월인 듯 싶다. 여름에 심어 놓은 고구마를 캐기 위해 갔지만, 이미 초겨울에 들어선지라 고구마는 이미 다 죽어 있었고, 아니 토양이 진흙이라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게다. 깨, 콩 등도 모두 추워 죽어 있었다. 그때 우리는 전도자의 말처럼 만사는 다 때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거둘 때가 있고, …” 때를 따라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나는 때(the time)에 대한 한 가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결심을 못하고 있다. 아마도 곧 그 때를 정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우리 팀은 그런 광경을 보면서 2-3년 전에 심어 놓았던 돼지 감자를 캐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 작물은 어찌나 실하게 자라고 있었던지. 돼지 감자는 당뇨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곳에 심어 놓았다고 한다. 이것은 날씨와 토질 상관없이 그저 시간만 지나면 자란다고 한다. 

그 날, 우린 돼지 감자를 캐는 기쁨을 맛 보았다. 수확이란 이런 것일까!? 심을 때는 땀나고 힘들지만, 다 자란 것을 거둘 때는 기쁘고 즐겁다. 마치 자기 자식인 것처럼 튼실하게 자란 열매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우리의 삶이 그렇지 않은가. 젊었을 때는 심을 때이다. 언젠가 한국의 두 젊은이들이 명문대를 졸업하고 음식 사업(샐러드)을 시작하여 열심히 일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면서 한 달 매출이 높았지만, 자기들이 가지고 가는 액수는 고작 1백만원이다고 한다. 이유는 지금은 거둘 때가 아니라 심을 때이기 때문에 모든 수익은 재투자 한다는 것이다. 그 영상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참 기특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심을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인지도 모른다. 심을 때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 방향을 향하여 가는 때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미 거두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희망이 더 이상 없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계속 심어야 할 것이다. 희망이 있는 한 말이다. 

사람들이 왜 실패를 자인 하는가? 그것은 익지도 않은 것을 거두기 때문이다. 심기만 하면 거둘 때가 언제든지 있고, 또한 거두는 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내가 거두지 않아도 누군가가 거둘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것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 심는 것이리라.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심고 있는지 다시 내 자신에게 묻고 싶다. 섞어질 것을 위해 심지 말고, 섞지 않을 것, 혹은 영원한 것을 위해 심으리라. 

 

# 농장, 농사, 마렝고, 때

후기(April 29 2018) 
우리 팀(첫번째 방문)은 원래 9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10시가 훨씬 넘어 마렝고로 출발. 예배를 드리고 식사, 근데 겨울 내내 수도가 얼어 있어 물을 틀자 마자 터져 물바다. 남자들은 수습, 난 고기를 구웠다. 식사를 마친 후, 농사일. 그런데 로터리를 치기 위해 기계를 준비해야 하는데, 로터리를 해체, 합체 하면서 나의 손가락이 기계 접속하는 부분에 끼어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하였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모면할 수 있었다. 할렐루야! 

그곳에 총신 86회 후배가 방문, 벌써 25년의 세월이 흘러 그때 그 보습은 알아 볼 수 없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옛 기억이 재생.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농장에서의 하루가 지기 시작. 그녀의 도움으로 나를 집까지 라이드(ride) 해 주어 그 날, 위험한 사건을 만날 수도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안전할 수 있었다. 그 날 농장 경험을 모두 마무리. 아마 또 다시 그 곳에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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