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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학 이야기(35)

조경현 0 2019.08.23 21:43

사진(시카고대학교 산책길에 만나는 벤치)


산책(a walk) 

유학을 오면 시간 활용이 관건이다. 사실 언어만 잘 준비되면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아무리 학교 수업이 벅차다 해도 하루 중 하는 일이 공부 외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 하지 않고 공부만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아마도 많은 유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곳 미국에서는 유학생이 학교 밖에서는 일할 수 없어도 학교 안에서는 얼마든지 일 할 수 있다. 

학교 안에서 일 할 수 있는 종류는 도서관, 리셉션리스트, 식당, 교실 정리, 그리고 청소 등이다. 그렇다고 많은 시간을 주진 않는다. 보통 일 주일에 20시간 정도. 한 달이면 800불 정도. 하루에 4시간 정도 일해야 한다. 네이티브(Natives) 학생일 경우(나의 학교일) 경우, 언어센터에서 러닝 파트너(Learning Partner)로 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려운 일들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들이 맡고 있다. 나도 일하고 싶으나 젊은 이들에게 양보하려고 지원 치는 않았다. 

아무튼 유학생일 경우, 일반적으로는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지만, 재정적인 이유로 보통 일하는데, 그럴 경우는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나는 일을 하지 않기에 주로 학교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유학 초기에는 이곳에 정착을 위해서 많은 긴장과 부담이 있어 적응하는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즐기며 생활하고 있다. 

내가 유학하면서 가장 즐기는 시간은 산책(a walk)이다. 유학 초기에는 아침 저녁으로 미시간 호수를 걸었다. 한 번 걷는데 걸리는 시간은 1 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그러나 학교 부근으로 이사를 한 후에는 호수를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말았다. 게다가 Henry Crown 체육관에서 운동(주로 뛰기와 들기)을 시작하면서 더욱 그러하다. 그래도 가능하면 아침이라도 산책을 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요즘 나의 산책 코스는 호수에서 동네 한 바퀴로 바꾸었다. 왜냐하면 호수는 밋밋하고 단조롭기 때문이다. 

산책은 주로 아침에 하는 편인데, 기상은 6-7시 이지만, 산책은 8시쯤 나선다. 집을 떠나 나는 53번가로 걷는다. 그곳은 이곳에서 가장 번화하고 볼 거리가 많다. 쉽게 말해 상권이다. 이 길로 걷다 보면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아침 출근하는 이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리고 맥도널즈를 만난다. 그곳에 가면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할 수 있지만, 나는 커피 한 잔 정도로 즐긴다. 그리고 가끔은 마켓에 들러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 오는데,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한국에 있을 때, 나는 아내와 산책을 많이 한 편이었다. 인덕원(경기도 안양)에 살 때는 주로 저녁에 산책길을 걸으면 상큼한 공기와 함께  그곳의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이곳에서도 사람들이 산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동네를 걷기 보다는 호수를 걷는 듯 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다. 사실 난 개를 좋아 하지 않아 산책하다가 개와 마주치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그런데 내가 산책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첫째, 기분 전환이 된다. 이곳에서의 나의 삶은 공부만 하는 단조로운 삶인데, 그것도 스트레스는 아니지만 가벼운 무인도가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산책. 걷다 보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을 보면서 자연스레 기분이 전환되는 것을 느낀다. 산책 후에는 새론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 듯하다. 두번째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공부하는데 중요한 것은 집중이다. 지금은 논문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래야 새롭고 신선한 글을 쓸 수 있다. 세번째 이유는 운동이다. 물론 요즘은 체육관을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에 이상이 오기 때문에 가능하면 움직이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지금은 논문 때문에 시(Poem) 쓸 기회가 없지만, 한 때는 산책 하면서 시를 쓰는 즐거움도 누렸다. 어서 논문이 마무리 되어 그런 즐거움을 다시 누리고 싶은데, 하늘의 은혜가 내게 필요한 때이다. 

어떤 사람은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하지만 난 산책에 비유하고 싶다. 물론 인생은 장거리 라는 의미에서 마라톤에 견주어 말할 수 있겠지만, 또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그리고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주변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면에서 산책이라고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속도 보다는 방향을 잘 잡고 즐기면서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인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학 생활에서 자칫 잘못하면 목적을 잃을 때가 있다. 이곳에 유학생들 가운데도 가끔 자기 관리에 소홀하므로 중도에 포기하고 딴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천천히, 즐기면서 공부하는 것은 산책과 같은 것이리라.   

왜 사람들이 인생의 황금기에 이탈을 할까!? 단거리 선수처럼 속도를 내기 때문이 아닌가. 또한 마라토너(Marathoner)처럼 뛰어도 금시 지치기 싶다. 그러나 산책을 하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주변과 이웃과 관계를 맺고 즐기면서 말이다. 유학을 하면서 난 산책을 즐긴다. 산책을 하면 기분 전환 뿐만 아니라 인생도 자성하기에 내게는 일거 양득이다. 오늘은 레겐스타인(Regenstein) 도서관에서 모든 일과를 마친 후, 오후에 산책이나 해야겠다. 오늘 이 글을 다시 한 번 곰곰이 되씹으면서 말이다.

 

# 산책, 기분 전환, 아이디어, 운동,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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